NEVER LOST THE FL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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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LOST THE FLAME

노블레스 2026-06-26 10:00:00 신고

짐 다인 1935년 미국 신시내티에서 태어난 작가로, 회화와 조각, 판화,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초기에는 팝아트와 함께 언급되었지만, 일상의 사물에 개인적 기억과 감정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작품 세계를 형성했다. 특히 하트, 도구, 목욕 가운 등 반복적 모티브를 통해 자전적 서사를 탐구하며, 물질성과 제스처를 결합한 강렬한 표현으로 현대미술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랫동안 시를 썼고, 작업에도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작가님의 작품 속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시인의 경험이 시각예술에 접근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평생 단어와 함께 살아온 사람입니다. 글 쓰는 일은 어떤 선택의 결과라기보다 제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행위였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온 작업에서도 텍스트는 늘 중요한 요소로 존재했습니다. 각각의 단어와 소리가 제게는 하나의 사물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스스로 사물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언어 역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제게는 언어와 이미지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단어와 소리 하나하나가 하나의 물질처럼 다가오고, 저는 그것을 오브제처럼 다룹니다. 제 작업이 늘 물질성과 맞닿아 있는 만큼, 언어 또한 단순히 읽히기 위한 기호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시각적으로 존재할 수 있고, 형태를 띠며, 공간 안에 놓일 수 있는 대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어를 ‘언어로서’ 사용하는 동시에, 하나의 ‘보이는 것’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시를 쓰고 회화를 하는 작업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보시나요? 다르지 않습니다. 글을 쓸 때와 그림을 그릴 때 제가 사용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결국 모두 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형식만 다를 뿐, 사고의 구조나 감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글을 쓸 때도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림을 그릴 때도 언어를 생각합니다. 하나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그것이 서로 다른 형태로 드러날 뿐입니다.

초기 작업은 해프닝과 퍼포먼스로 시작해 이후 회화와 오브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초기 경험이 현재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그 시기는 제게 매우 중요했습니다. 저는 젊었고,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제가 선택한 방식이 퍼포먼스였습니다. 그 경험은 저를 바깥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만약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퍼포먼스는 제게 하나의 출발점이었고, 이후의 모든 작업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퍼포먼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당시 저와 친구들은 회화뿐 아니라 연극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유럽 아방가르드 연극, 그리고 앙토냉 아르토 같은 인물의 작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죠. 스페인의 극작가나 어린이 연극에도 관심을 보이며, 회화를 일종의 ‘화가의 극장’처럼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전통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기에, 그것을 부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쩌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우 진지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했고, 저는 그 과정 자체에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퍼포먼스 작업을 기억하나요? 물론입니다. 〈The Smiling Workman〉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차례 퍼포먼스를 하고 나니 다시 회화로 돌아가고 싶어지더군요. 퍼포먼스를 계속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제 본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회화를 하는 사람이니까요.

작업에 목탄, 색연필, 페인트, 브론즈, 나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데, 재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작업에 가장 적절하다 싶은 것을 선택합니다. 재료는 제게 하나의 목소리를 제공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누구나 물감을 살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처럼요. 결국 중요한 것은 재료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실 한편에 써둔 작가의 시.
Jim Dine, Pinocchio #, 2026, Acrylic, pastel and charcoal on paper, 152×140cm.
Jim Dine, Pinocchio #, 2026, Acrylic, pastel and charcoal on paper, 131.5×101cm.
작업 도구.

이처럼 다채로운 재료를 사용해 회화, 드로잉, 판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회화든 판화든, 그것은 단지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입니다. 결국 모두 같은 본질을 공유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전하고자 하는 ‘목소리’입니다. 그 목소리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늘 고민합니다.

‘Poem Collage Drawings’ 작업에서 텍스트는 종종 읽히기보다 ‘보이는 것’으로 작동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습니다. 책에 인쇄된 단어는 읽기 위한 것이지만, 제가 작품에 배치한 단어는 다르게 작동합니다. 그 단어들은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하나의 물질로 존재하죠. 사람들은 글자를 읽는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렇게 언어는 시각적 요소로서 화면 안에 존재하게 됩니다.

마치 ‘읽기’와 ‘보기’의 경계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특히 영어 단어의 경우, 그것을 보는 순간 의미를 인지하지 않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글자가 하나의 물질로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감각하게 되죠. 이 두 가지 경험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이 제게는 무척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Remembering Ann Arensberg’와 ‘Clarence, Burning Leaves’처럼 작년에 독일에서 전시한 최근 작품은 개인적인 기억과 서사가 한층 강조된 듯 보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기억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Remembering Ann Arensberg’와 ‘Clarence, Burning Leaves’를 작업할 때도 먼저 떠난 친구나 친척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감각 속에서 그들과의 추억을 다시 반추할 수 있었고, 기억은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자전적 접근은 언제나 제 작업의 중요한 주제였기에 개인적 기억은 제게 매우 소중한 요소입니다.

파리에 스튜디오를 마련한 것은 언제인가요? 이 도시가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 파리에 온 것은 1970년대였습니다. 이후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을 오가며 작업했죠. 이 작업실을 얻은 것은 10여 년 전입니다. 파리는 매우 아름다운 도시로, 제게도 분명한 영향을 줍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매일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거든요. 무엇보다 파리의 빛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현재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만약 과거에 머문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지금을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합니다.

피노키오 드로잉이 한창 진행 중인 아틀리에 현장.
피노키오 드로잉 앞에서 포즈를 취한 짐 다인.
파리 아틀리에의 모습.
도구와 재료에 한계를 두지 않고 작업하는 작가의 태도가 공간에서 읽힌다.

하루에 작업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9시간 정도 작업합니다. 매일 비슷한 시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죠. 저는 여전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미소 짓는 노동자(smiling workman)’라고 표현하길 좋아합니다.

5월 말 피비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Jim Dine: My Words & Pinocchio〉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한국에서 전시를 여는 소감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한국에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좋은 기억이 많은 장소에서 다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전속 작가로서 함께하게 된 피비갤러리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깊어요. 그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갈 작업과 전시에 대해 저와 제 팀 모두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하면 좋을 작업을 꼽는다면? 대표작으로 알려진 피노키오 드로잉을 이번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전보다 한층 회화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고, 인물 역시 덜 인형 같고 보다 인간적인 존재로 변화했습니다. 그 변화의 지점을 눈여겨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세계 미술계는 오랜 시간 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이를 몸소 경험하며 작업을 이어온 아티스트로서,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과거 미술계에는 작업과 전통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제가 젊은 시절 경험한 미술계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작품 자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고, 미래를 바라보면서도 과거의 유산을 존중했죠.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와 수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분명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경제적 가치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다만 지금처럼 자본이나 상업성이 지나치게 앞에 놓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현대미술 시장에는 교양과 깊이가 부족한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변화에 크게 개의치 않아요.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저 제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지금까지 작업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뮤즈’는 제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저는 단 한 번도 그 불꽃을 잃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나가려는 마음이야말로 제가 멈추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그 뮤즈는 누구인가요? 특정한 인물은 아닙니다. 어떤 상태이자, 설명하기 어려운 힘에 가까워요. 저는 매일 그 뮤즈가 함께하길 바라며 작업실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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