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게임 중에서 유독 관심을 받는 타이틀이 있기 마련입니다.
화제작은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 그 이상의 의미가 있죠. 시장을 주도하는 게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게임 업계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이 왜 입소문을 타고 있는지”를 함께 짚어보고 직접 플레이해 보려 합니다.
주목할 만한 게임과 콘텐츠를 전해드리는 코너. [송기자의 픽&플레이]는 게임을 고를 때 참고해야 할 알찬 가이드가 되겠습니다.
PvP(유저간 대전) 콘텐츠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모바일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게임)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높은 캐릭터 성장치를 요구하는 치열한 경쟁 콘텐츠죠. 승리를 거둔 유저나 길드에게 주어지는 매력적인 보상 그리고 캐릭터 육성 피로도를 줄이는 편의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유저는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 속으로 뛰어들고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거듭합니다. 대형 길드끼리 거래소 수수료 혹은 영지를 두고 벌이는 진영전이나 주요 던전을 선점하고 경쟁자들의 입장 자체를 제한하는 소위 통제도 연장선이라 볼 수 있죠.
넷마블의 ‘솔: 인챈트’는 이 지점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게임입니다. 앞선 게임보다 경쟁 콘텐츠 승리 보상을 과감하게 강화한 것인데요. 강력한 장비나 재화를 주는 것을 넘어 랭커가 획득하는 보상에 게임의 운영 방향까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추가했습니다. ‘신권’이라는 이름의 시스템으로 공식 지원한 것이죠.
‘신권’은 강력한 장비나 스킬이 아닙니다. 단어 그대로 강력한 결정을 내리는 권한이죠.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인게임 재화 ‘나인’을 소모한 양에 따라 서버 단위의 ‘신’, 5개 서버 단위의 ‘주신’, 전체 서버 단위의 ‘절대신’으로 불립니다. 이들은 과금 모델 선택권, 서버 통합 권한, 설정 리셋 등 운영자에 버금가는 권한을 갖게 되죠.
‘솔: 인챈트’ 개발사 알트나인은 엔씨 리니지M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 지난 2021년 설립한 기업입니다. 그렇다 보니 지난 2024년 넷마블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국내외 서비스 판권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베테랑 개발진이 어떤 차별화를 시도할까 여부가 이번 신작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신권’을 전면에 내세운 과감한 시도는 가시적인 성과로 증명된 듯합니다. 정식 출시 이후 8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했고 뒤이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까지 기록하며 양대 마켓을 석권한 게임이 됐습니다. 시장에서 반응을 얻은 배경은 무엇일까요? ‘솔: 인챈트’의 특징을 짚어보겠습니다.
유저에게 익숙한 기본 콘텐츠와 시스템
유저는 ‘솔: 인챈트’에서 신의 힘을 감지하는 계승자입니다. 신들이 떠난 세상에서 권능을 사용해서 전장을 주도하는 특별한 캐릭터죠. 클래스는 근접전에 능숙한 나이트, 활로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레인저, 강력한 마법이 특기인 메이지가 있습니다. 향후에는 힐러 클래스가 추가될 예정이죠.
캐릭터 성장 방식은 기존 모바일 MMORPG의 익숙한 문법을 따라갑니다. 메인과 서브 퀘스트를 해결하며 경험치와 보상을 수급해 레벨을 올리고 더 좋은 장비를 확보해 나가는 전통적인 방식인데요. 획득한 장비들은 강화를 거쳐 캐릭터가 착용하거나 수집 도감으로 능력치를 높이는 데 활용됩니다.
시스템 측면에서 변화를 준 부분도 있습니다. 인게임 핵심 재화인 ‘나인’인데요. 이 ‘나인’은 메인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몬스터를 제압하는 등 꾸준히 플레이하기만 하면 누구나 획득할 수 있는 기본 인게임 재화입니다. 다이아처럼 과금을 해야 하거나 고레벨 유저만 얻을 수 있는 희귀 재화도 아니죠.
그럼에도 차별화 포인트로 꼽는 이유는 사용처가 기존 게임의 인게임 재화보다 훨씬 넓기 때문입니다. ‘나인’으로도 ‘솔: 인챈트’의 주요 상품인 갓아머, 영체, 주문서를 획득할 수 있고 영웅 등급 이상 스킬북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유저도 필드에 배치된 ‘나인트리’에 일정량의 나인을 사용하면 필드에 광역 공격기를 시전하는 신권을 체험할 수 있죠.
특히 ‘신권’을 받는 기준이 ‘나인’의 총 사용량이다 보니 랭커를 노리는 유저는 더 많은 ‘나인’을 확보하려 노력하죠. ‘솔: 인챈트’는 이러한 시스템을 반영해 ‘나인’과 경험치를 결합해서 제작하는 ‘나인코어’ 아이템으로 유저끼리 인게임 재화를 사고팔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강력한 신권을 빠르게 손에 넣고 싶은 유저들은 거래소에서 ‘나인코어’ 아이템을 대량으로 사들입니다. 반대로 유료 재화를 확보하고 싶은 유저들은 ‘나인코어’으로 다이아를 확보해 캐릭터 육성에 투자할 수 있죠. 과금 유저와 일반 유저가 서로에게 필요한 가치를 주고받으며 게임 내 경제가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순환 구조인 셈입니다.
손 댈 일 없는 게임, ‘솔: 인챈트’
고급 아이템을 과금 없이 획득한다 해서 캐릭터 성장 과정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솔: 인챈트’는 기존 모바일 MMORPG의 캐릭터 성장 방식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캐릭터 레벨이 일정 궤도에 올라서는 순간부터 레벨 업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죠.
그나마 전투는 말 그대로 손댈 일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 자체에 피곤함을 느낄 일도 없습니다. 스킬은 물론이고 음식, 주문서, 회복 물약 등 사냥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버프와 회복 아이템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필요한 설정만 마친 뒤 캐릭터를 적정 레벨 사냥터에 진입시켜 두면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레벨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정체 구간을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특별한 지름길이나 노하우는 따로 없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시간을 단축할 만큼 과금하는 정공법뿐이죠. ‘신권’을 목표한 랭커라면 이 구간을 빠르게 돌파하겠지만 라이트 유저라면 상당히 오랜 기간 같은 던전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대다수 모바일 MMORPG는 자동 사냥이나 모바일과 PC를 넘나드는 크로스 플레이 등의 편의 기능으로 피로도를 낮춥니다. ‘솔: 인챈트’ 또한 게임을 켜두지 않아도 캐릭터가 알아서 사냥과 육성을 이어가는 무접속 플레이 기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익숙함, 장점이자 경계해야 할 위험 요소
‘솔: 인챈트’는 모바일 MMORPG를 많이 플레이한 유저라면 신작임에도 별다른 가이드 없이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캐릭터 육성, 전투, 거래소, PvP 콘텐츠 등 특징적 요소들 모두 기존 모바일 MMORPG과 비슷한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구성은 낮은 진입장벽이란 강점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지루함으로 느껴질 부분이기도 합니다. ‘솔: 인챈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빠르고 쉽게 게임에 적응해서 무소불위의 ‘신권’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자 기존 게임을 버리고 갈아탈 이유를 찾기 힘든 양산형 게임이라고 말이죠.
때문에 출시 일주일을 넘긴 시점에 개발사는 콘텐츠와 운영을 점검하는데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레이 관련 데이터 지표와 유저들의 반응을 점검해야 강점이나 문제점을 보강할지 혹은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특히 ‘솔: 인챈트’를 둘러싼 현재 반응은 결제 90% 할인 쿠폰을 둘러싼 과금 모델 이슈로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출시 첫날 성과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초반 서비스 기조와 다른 변화를 유저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송진원 기자 jin1@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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