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충남 금산의 한적한 시골마을. 이곳에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늘 함께하는 형제가 있다. 라준이와 됴는 아침 눈을 뜨자마자 부모에게 뽀뽀를 건네고, 학교에 갈 때도 나란히 손을 맞잡는다. 형제에게 세상은 아직 배워야 할 것들로 가득하지만, 둘은 언제나 함께여서 두렵지 않다.
27일 방송되는 KBS1 '동행'은 지적장애가 있는 형제 라준이와 됴,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형제가 요즘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은 한글 공부다. 친구들보다 조금 더 천천히 배우고 있지만 새로운 글자를 알아갈 때마다 세상이 한 뼘씩 넓어진다.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엄마를 찾는다.
하지만 엄마 역시 글자를 익히는 과정이 쉽지 않다. 지적장애로 인해 읽고 쓰는 일이 서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질문에 언젠가는 자신 있게 답해주고 싶어 틈날 때마다 학습지를 펼친다. 아이들이 잠든 뒤에도 글자를 따라 쓰며 공부를 이어가는 이유다.
가족의 중심에는 아빠 준철 씨가 있다. 학교에서 시설관리와 수업 보조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일이 끝난 뒤에도 쉴 틈이 없다. 마을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 몸을 보탠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의 하루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아빠의 몸도 버거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간 질환을 안고 있는 데다 과거 사고로 입은 화상 후유증까지 남아 있다. 그럼에도 가족 앞에서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엄마 역시 자신의 방식으로 가족을 지킨다. 일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상처를 받은 적도 많지만, 다시 일어선다. 버스를 혼자 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물건을 사러 용기를 낸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외출이지만, 엄마에게는 커다란 도전이다.
네 식구가 살아가는 집은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다. 축사 옆 창고를 손봐 만든 공간에는 곰팡이가 번지고, 낡은 벽 사이로 계절의 바람이 그대로 스며든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이 새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그럼에도 집 안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형제는 함께 걷고, 함께 배우고, 함께 꿈꾼다. 부모는 그런 아이들의 내일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간다.
'동행'은 이번 방송을 통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가장 큰 힘으로 삼아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담담하게 비춘다. 화려한 기적 대신 매일의 성실함으로 만들어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길 전망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