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제주형 남북교류 세션'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기조연설
(서귀포=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5일 "감귤 북한 보내기 운동 등 '비타민C 외교' 성공 경험을 가진 제주도가 남북관계 개선의 바늘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25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21회 제주포럼 '한라에서 백두까지 제주가 다시 여는 평화의 길: 제주형 남북교류 협력의 새로운 도약의 과제'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1998년부터 추진된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과 1999년 시작된 제주도의 '북한에 감귤 보내기 운동' 등을 거론하며 "당시 '선민후관' 차원에서 남북 접촉과 지원이 먼저 시작됐고, 민간 통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부 의사를 전한 끝에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비타민C 외교'로 민간 차원에서 정부보다 한발 앞서 남북관계를 푸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현재 경색돼있는 남북관계를 푸는 데도 과거 경험을 살려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제주도가 북한에 신장 투석기와 관련 소모품, 한라봉 묘목, 비닐하우스 시설 자재,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 등의 물품을 보낸 것도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현재 북한이 추진 중인 '지방발전 20X10 정책'(2024∼2033)은 공장만 짓는 게 아니라 병원도 포함되는 만큼 의료 기자재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에 제주가 귤이 아닌 의료 기자재와 약품을 지원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의 이번 대북지원과 북한의 수용은 '비타민C 외교 시즌2'의 성공과 지속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제주도가 다시 한번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는 사람만 자존심이 있는 게 아니라 받는 사람도 자존심이 있다'고 말하는 북한의 체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현준 국민대 특임교수가 좌장을 맡고 고충홍 제주도 남북교류협력위원장, 고성준 제주통일미래연구원장, 이기동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홍진석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됐다.
이상봉 도의회 의장은 "남북 관계 경색이 장기화하는 엄중한 시기일수록 지방정부 차원의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접근이 절실하다"며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제주형 남북 교류 협력 모델을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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