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 유리 상자서 '월드컵 전 경기 시청'하며 5만달러 받는 두 축구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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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 유리 상자서 '월드컵 전 경기 시청'하며 5만달러 받는 두 축구팬 이야기

BBC News 코리아 2026-06-25 16:58: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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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남성은 숨을 곳도 없는 이 유리 상자 안에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는 대가로 5만달러를 받는다

2026 월드컵은 조별리그가 끝날 때까지 매일 6경기씩 치러지는 등 대회 규모가 한층 확대됐다. 경기를 챙겨보는 일이 사실상 전업 직업처럼 느껴질 정도다.

케빈 아코토와 오스틴 프랭클린은 바로 그러한 일을 맡았다. 이들은 이번 월드컵의 104경기를 전부 시청하는 대가로 각각 5만달러(약 7700만원)를 받는다.

BBC는 약 일주일 전 스트리밍 서비스 '폭스 원'과 손잡고 이른바 '최고 월드컵 시청자' 역할을 맡게 된 이 두 축구팬을 만나 그들의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 한복판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이 맞춤형 유리 상자는 멀리서도 눈길을 끈다.

상자 안에는 안락의자, 갈색 가죽 소파, 대형 TV 2대, 심지어 테이블 축구대까지 갖춰져 있다. 또한 각종 축구 관련 상품과 간식도 가득해 이곳이 열성 축구팬의 공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케빈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20대 청년이라면 누구나 상상할 법한 공간이다. 축구 팬이라면 바로 생각할 것들로 공간이 가득 채워져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출신의 요리사 케빈과 필라델피아 출신의 인플루언서 오스틴은 경쟁자 수천 명을 제치고 이 역할을 따냈다. 전 경기를 시청할 뿐만 아니라, 팬들을 위한 관련 콘텐츠도 제작해야 한다.

폐막식까지 몇 주가 더 남은 상황에서 두 사람은 적당히 체력을 조절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한다.

케빈은 "나도 지쳤고, 오스틴도 조금 지쳤다. 그래서 현재 벌어지는 일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잡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스틴 또한 이에 동의하며, 하루하루의 경험이 모두 뒤섞여 버리는 여름 캠프에 온 듯하다고 했다.

"완전한 마라톤입니다. 소파에 앉아 축구 경기를 보는 일은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꽤 피곤하기도 해서 가능하다면 하루에 8시간은 꼭 자려고 노력하죠."

다행히 이 유리 상자 안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맡은 일이 끝나면 상자를 떠나 다음 날을 위해 휴식을 취한다.

이미 두 사람은 여러 역사적인 순간들을 목격했다. 아르헨티나식 바비큐를 먹던 중 리오넬 메시가 월드컵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처럼 이 역할의 또 다른 장점은 참가국들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사이사이 이들은 타임스 스퀘어를 가득 메운 브라질 팬 수천 명을 비롯해 각국의 축구팬들과 교류할 기회도 누린다.

유명 관광지인 타임스 스퀘어는 마치 자석처럼 월드컵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노르웨이 팬들은 이곳에서 그 유명한 바이킹 노 젓기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스틴은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서 온 팬들을 만나 이들과 축구, 문화, 미국에서의 경험 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가장 놀라운 점은 제가 타임스 스퀘어에 있고, 사람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주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경기 시작 후 10분, 15분 정도 몰입해서 보다가 어느덧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케빈이 있고, 타임스 스퀘어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도 이 상황을 종종 잊곤 합니다."

이 두 사람은 어느 팀을 우승 후보로 꼽고 있을까.

케빈은 스페인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이라 내다보지만, 자신의 뿌리 때문에 미국과 가나를 응원한다.

오스틴은 노르웨이 유니폼을 입고 있다.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 노르웨이 대표팀, 특히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인 엘링 홀란드가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스페인이나 프랑스가 우승한다는 것은 너무 쉬운 예측이죠. 저는 노르웨이도 턱밑까지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풀린다면, 노르웨이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들이 맡은 이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노르웨이 축구팬인 에임운드 릴란드(52)와 그의 딸 카밀(15)은 사생활 없이 104경기를 시청하는 일은 다소 "과하다"고 말했다.

매튜 멘데즈(18)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월드컵을 즐기는 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겔 산체스(20)는 정말 멋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뭐라고요? 직접 경기장에 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을 보면서 돈까지 받는다고요? 말도 안 돼요, 정말 말도 안 돼요."

제작: 프라티크샤 길디알, 촬영: 앤드류 사지 허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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