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졸전 분석] 머리를 차게 식히고 냉정하게 분석했더니, 더 못한다! 남아공전 전술 엉망이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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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졸전 분석] 머리를 차게 식히고 냉정하게 분석했더니, 더 못한다! 남아공전 전술 엉망이었던 이유

풋볼리스트 2026-06-25 12:52:55 신고

경기 후 좌절하는 월드컵 대표팀. 김희준 기자
경기 후 좌절하는 월드컵 대표팀. 김희준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번 대회를 45분씩 끊어 볼 때 남아공전 전반전이 최악의 45분이라는 데 동의한다."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혹평을 참지 못했다. 그런데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더 나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25(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몬테레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3차전을 치러 0-1로 패배했다.

한국이 12패로 조 3위에 그치며 조별리그를 마쳤다. 골득실은-1이다. 다른 모든 조가 경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 각조 312팀 중 8팀에 주어지는 32강행 추가 티켓을 기다려야 한다.

킥오프 직후에는 괜찮은 경기를 하는 듯한 착시효과가 있었다. 앞선 경기들보다 더 주도권을 잡고, 더 공격적으로 경기하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주도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전반 10분에 나왔다. 이강인이 측면으로 벌리고 있는 가운데 윙백 설영우가 상대 문전으로 파고들어 황인범의 스루 패스를 받았다. 볼터치가 튀어 슛까지 가진 못했으나 이번 대회 들어 세 번째 경기에서 나온 가장 과감한 위치선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을 가졌을 때 신나서 올라가긴 해도 여전히 체계가 없다는 점이었다. 신이 나서 앞으로 공을 빨리 전달하려고 패스 타이밍은 당겼지만, 접근해 받는 선수가 부족했다. 결국 패스미스를 연발하다 주도권을 내주는 악영향으로 이어졌다.

삼척동자도 아는 남아공의 약점을 공략하지 않고 내버려 둔 점도 아쉬웠다. 남아공은 앞선 2경기 연속으로 경기 초반 실점했다. 또한 후방 빌드업을 선호하는 팀인데 국제 무대에서 이를 수행할 만큼 정교하진 못하기 때문에 압박에 약하다. 그래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분석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한국은 상대의 1차 빌드업을 압박하지 않고 미들 블록에서 상대 패스가 중원으로 올라온 뒤에야 견제를 시작했다. 결국 별 소득 없이 경기 초반은 흘러가 버렸다.

반면 남아공은 한국을 잘 분석하고 나온 모습이었다. 단적으로 보인 것이 이강인에 대한 분석이 확실히 잘 됐다는 점이었다. 남아공은 전체적으로 미들 블록에서의 압박 강도가 높았는데, 이강인이 잡았을 때는 더욱 높았다. 빼앗을 수 있는 상황이라 보이면 두 명이 적극적으로 달라붙어 몸싸움을 걸면서 애초에 발재간을 활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강인이 발재간으로 탈압박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면 거리를 두고 견제하면서 뚫리지 않는 데 중점을 뒀다. 이때 이강인은 왼발 킥으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패턴을 확실히 알고 있는 듯 이강인의 전환 킥이 블로킹되는 장면을 연달아 볼 수 있었다.

경기가 잘 안 풀려도 이강인 개인은 칭찬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 전반전 동안은 이강인 개인도 완전 봉쇄당했다 볼 수 있었다. 받으러 가 주는 선수가 부족한 건 한국 모든 선수 마찬가지였는데 그럴 때 개인 탈압박 능력을 통해 몇 번 활로를 찾아주곤 했던 이강인의 역량이 발휘되지 않는 날이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앞선 두 경기에서 오현규 출장시간을 늘려주길 원했지만, 이날 오현규는 한 게 아예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존재감이 부족했다. 선수 특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기용이었다는 뜻이다. 오현규는 원래 모험적인 플레이가 많고 전방에서 골만 노리는 성향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술 운용에 기여가 없는 건 아니다. 오현규의 팀 플레이는 공을 오래 쥐거나 많이 내려가주는 게 아니라, 일단 최전방으로 공이 투입됐을 때 투쟁심 넘치게 따내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간결한 연계, 그리고 전방 압박 위주다. 이 점에서 오현규를 선발 기용하고도 압박 강도를 낮춘 선택이 더욱 의아해진다. 같은 맥락에서 상대 배후공략이 장점인 황희찬을 기용하고 느릿느릿한 경기 운영을 한 것 역시 선수 성향과 아예 반대인 방향이었다.

이강인(월드컵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강인(월드컵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오현규(왼쪽), 손흥민(이상 월드컵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오현규(왼쪽), 손흥민(이상 월드컵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많은 축구팬들이 바랐던 손흥민과 옌스 카스트로프가 후반전에 투입됐는데 이들의 활용법 역시 문제가 많았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를 직접 제치고 슛을 하는 능력, 농구식 표현으로 슛 크리에이팅 능력이 전성기에 비해 떨어져 있다. 대신 일단 공이 주어지면 날카로운 슛을 날릴 수 있고, 공이 잘 순환될 때는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흐름을 살려주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런데 이날 손흥민은 일단 투입했을 뿐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보이지 않았다.

카스트로프의 경우 안으로 파고들면서 컷백과 슛을 노리는 성향이다. 그런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측면으로 벌려놓고 투입한 점이 아쉬웠지만 그 가운데서도 감아올리고 아웃프런트로 올리며 어떻게든 공을 투입하긴 했다.

경기 막판 동점골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스리백을 유지하는 선택은 황당할 지경이었다. 중원에서 압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역습 기회를 내주는 것인데, 상대 역습이 무서워 숫자를 유지하는 것 외에 대응책이 없는 팀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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