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신간] '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법보다 먼저 사람을 만나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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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신간] '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법보다 먼저 사람을 만나는 기록

뉴스컬처 2026-06-25 11:53:07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가정법원은 흔히 갈등의 종착지로 여겨진다. 사랑이 끝난 부부가 마지막 결론을 기다리는 곳이고, 상속을 둘러싼 가족의 균열이 드러나는 곳이며,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다툼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공간이다.

이명숙 변호사의 신간 '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는 바로 그 장소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법률 분쟁의 승패가 아니다. 법정 문턱까지 밀려온 인간의 삶과 감정, 그리고 관계의 상처다.

'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사진=법률사무소나우리
'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사진=법률사무소나우리

저자는 오랜 시간 가사 사건을 다루며 마주한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오늘날 가족이 겪는 다양한 갈등을 풀어낸다. 이혼과 양육권, 상속 문제는 물론이고 재혼가정과 비혼, 돌봄 문제까지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족의 풍경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독자는 사건 기록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듯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특히 법률가의 시선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균형을 이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많은 법률서가 제도와 판례를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면, 이 책은 갈등 당사자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 마음속에는 어떤 두려움과 상처가 자리하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본다. 그래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법률 용어 속 사례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만날 법한 이웃처럼 다가온다.

이명숙 변호사는 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법은 권리와 책임을 판단할 수 있지만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거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일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책은 바로 그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법적 해결 이후에도 남아 있는 삶의 과제를 독자 앞에 조용히 내놓는다.

오늘날 가족의 의미는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다. 가족을 이루는 방식도 다양해졌고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도 달라졌다. 그만큼 갈등의 형태 역시 복잡해졌다. 이 책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회적 기록이기도 하다. 법정 안에서 벌어진 사건들이지만,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질문으로 이어진다.

문체는 전문서라기보다 에세이에 가깝다. 법률 지식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으며, 각 사례는 지나친 감상에 머물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울림을 남긴다. 사건을 소비하기보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저자의 태도가 책 전반에 배어 있다.

'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는 법률을 설명하는 책인 동시에 인간관계를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가 때로는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다시 관계를 회복하며 살아간다는 희망을 함께 전한다. 법정 기록을 통해 인생을 읽어내는 이 책은 갈등이 넘치는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뜻밖의 위로와 통찰을 건네는 한 권의 인문서라 할 만하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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