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주하는 기업 관련 뉴스는 대개 정돈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있습니다. 신제품 흥행과 사상 최대 매출 등 기업이 조명하고자 하는 타이틀을 비추곤 합니다.
하지만 숫자와 전문 용어로 가려진 장부의 이면에는 다른 역학관계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분기보고서에 적힌 한 줄, 장부상에 기록되지 않은 시장 흐름, 무형 자산 가치 변동 등 일반인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기업의 향후 청사진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숨겨진 장부’는 표면의 성적표와 함께 숨겨진 재무적 맥락을 펼쳐보려 합니다. 숫자로 기록된 기업 현황과 수치가 나타내는 시장의 시그널을 읽어내는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엔씨는 게임업계에서 MMORPG로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게임사로 가장 먼저 손꼽히곤 합니다. 인지도는 물론 그동안 거둔 성적표를 보더라도 다른 게임사와 다른 기록들을 남겨왔으니까요. 평소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엔씨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와 ‘아이온’ 시리즈 같은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력 사업인 게임 이외의 부문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 인수나 지분투자 그리고 부동산과 가상자산 운용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비록 전체 매출 구조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주력 사업인 PC와 모바일게임에 비해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시 자료를 들여다보면 주요 사업 외 영역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자산 운용의 흐름 역시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캐주얼 게임…분기 매출 6.4%
분기 보고서 내용 중 눈에 띄는 부문을 꼽으라면 엔씨가 최근 인수한 자회사로 거두기 시작한 모바일 캐주얼 게임 분야 매출입니다. 엔씨는 과거에도 장르 다변화와 체질 개선을 목표로 MMORPG가 아닌 신작을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요. 캐주얼 게임 장르는 ‘퍼즈업 아미토이’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던 경험이 있죠.
그럼에도 엔씨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유저 저변을 넓히기 위한 투자를 계속했습니다. 지난해 조직 내에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신설하고 국내 스프링컴즈를 비롯해 베트남 리후후, 독일 저스트플레이 등 국내외 개발사들을 잇달아 인수했습니다.
리후후의 경우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지배기업인 인디고(INDYGO) 그룹 구주를 지난 1월 30일에 인수했습니다. 엔씨가 인수한 주식 수는 총 6만7134주로 이는 전체 지분 비율의 67%에 달하는 규모인데요. 공식적으로 발표된 인수 금액만 해도 1억385만 달러(한화 약 1600억7439만원)에 이릅니다.
저스트플레이 역시 모바일 캐주얼 게임 사업 확장을 위한 핵심 플랫폼을 확보하고자 지난 4월 28일 구주 인수를 최종 완료했습니다. 엔씨가 사들인 주식 수는 총 1만7696주로 전체 지분 비율의 70%에 달하는 규모인데요. 인수 금액은 2억200만 달러(한화 약 3114억4360만원)에 이릅니다.
그 결과 이번 분기 처음으로 연결 실적에 이름을 올린 모바일 캐주얼 게임 부문 매출은 355억9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엔씨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중에서 약 6.4%를 차지하는 규모인데요.
물론 ‘리니지’ 시리즈나 신작 ‘아이온2’ 같은 주요 타이틀 매출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고착화됐던 MMORPG 중심 수익 구조를 확장시켜 본격적인 매출 다각화의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엔씨는 NC 다이노스 지분 100%를 소유한 지배주주로 구단 운영을 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제30기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NC 다이노스가 거둔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약 124억4600만원입니다.
지난 2025년도 연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4억7000만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모기업의 지원에만 기대는 수준을 넘어 마케팅 효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스포츠 사업 자산으로 시장에 안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엔씨타워1 매각과 부동산 리스
엔씨의 부동산 자산에 따른 현황과 전망 또한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번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엔씨가 부동산 리스 운용을 통해 벌어들인 리스 수익은 총 8억48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과거 엔씨의 주요 임대 수익원 중 하나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엔씨타워1이었습니다. 엔씨는 판교 신사옥 건립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이 건물을 퍼시픽제83호 부동산일반사모투자회사에 4435억원을 받고 매각한 바 있습니다.
대형 자산을 매각하면서 전체적인 임대 수익 규모 자체는 과거와 비교해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는 판교 R&D 센터 내의 유휴 공간이나 부속 상업 시설들을 활용한 운용리스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죠.
이러한 리스 수익은 외부 경기 변동이나 신작 게임의 흥행 성적과 상관없이 계약 기간 동안 정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입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회사의 전체 이익 규모에 비하면 큰 비중은 아닐지라도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이를 뒷받침해 주는 보조적인 재무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처분 이익과 향후 리스크 전망
가상자산 부문은 투자 측면에서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준 부문이었습니다. 엔씨는 직접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거나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대신 북미 자회사 엔씨웨스트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사 미스틴랩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그 대가로 확보한 SUI, NS, DEEP 같은 가상자산들을 적정 시기에 운용하며 시세차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제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지난해 엔씨가 거둔 SUI 처분 이익만 해도 무려 623억원에 이릅니다.
다만 가상자산으로 향후에도 추가 시세차익을 주기적으로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엔씨가 보유한 가상자산은 SUI 약 274만개, NS 약 107만개, DEEP 약 2041만개에 달하는데요.
해당 코인들은 각각 올해 6월, 내년 11월, 그리고 내년 10월까지 처분이 제한되어 있어 매월 순차적으로 해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매각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시세차익 또한 바뀔 가능성이 크죠.
엔씨의 현재 캐주얼 게임과 비게임 부문 매출 및 자산 운용 수익은 게임 매출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유망 자회사로 캐주얼 게임을 신규 매출원으로 실적에 편입시킨 점, 투자를 통해 가상자산을 처분하며 현금 흐름을 창출해 낸 점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이러한 매출 다각화 시도는 당장 주요 사업에 버금가는 성과를 낼 수 없을지라도 기업의 재무 구조를 보조하는 요소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송진원 jin1@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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