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한국 내 거주 외국인 2위이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외 여행지인 태국의 역사와 문화를 예술로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태국 문화부 예술국과 공동으로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을 지난 23일부터 기획전시실1에서 성황리에 개최 중이다. 오는 9월 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방콕국립박물관 등 태국 전역 21개 국립기관에서 출품한 조각, 회화, 공예 등 239점의 명품을 국내 최초로 한자리에 선보이는 대규모 종합전이다. 동남아시아 특화 전시가 기획전시실1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미는 단연 14세기 수코타이 시대의 청동불상 ‘걷는 부처’(높이 154cm)다. 태국어로 ‘우아한 자세’를 뜻하는 ‘빵리라(ปางลีลา)’로 불리며, 세계 불교 조각사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브론즈로 만들었음에도 옷자락이 바람에 가볍게 날리는 듯한 표현은 세계적인 명작”이라며 “태국 미술 800년의 에센스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고 이번 전시 핵심 작품으로 꼽았다.
노남희 학예연구사는 “깊은 사유의 세계를 표현한 한국의 금동반가사유상(국보)과 달리, 중생에게 직접 다가가는 부처의 자비와 실천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독창적인 예술품”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태국의 역사와 예술을 연대기적인 세 부분으로 나누어 조망한다.
1부 ‘태국 이전의 태국’에서는 타이족 왕국 등장 이전의 다문화 공존 시기를 다룬다. 무게만 700kg에 달하는 9세기 드바라바티 문명의 대형 석조 유물 ‘부처에게 풀다발을 공양하는 장면을 묘사한 결계석’이 관람객을 압도적인 규모로 맞이한다.
2부 ‘타이 왕국의 영광’은 수코타이, 란나, 아유타야 왕국의 문화를 조명한다. ‘걷는 부처’를 비롯해 앞으로 기울어질 듯 역동적인 자태를 뽐내는 1481년작 ‘발자국을 남기는 부처’, 동서 교역의 흔적인 물고기 무늬 ‘상칼록 도자기’ 등을 통해 태국 장인들의 뛰어난 조형 감각과 문화적 유연성을 엿볼 수 있다.
3부 ‘왕실과 불교의 나라’에서는 1782년부터 이어지는 라따나꼬신(방콕) 왕조의 화려한 미술이 펼쳐진다. 사상 처음으로 해외 나들이에 나선 19세기 ‘에메랄드 부처 사원’의 옛 중문과 전통 가면극 ‘콘(Khon)’ 관련 공예품들이 눈길을 끈다.
태국은 불교를 중심으로 인도, 중국, 크메르 등 다양한 외부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며 독자적인 예술을 꽃피워 왔다. 권강미 학예연구관은 “관광지로만 알려진 태국을 예술을 통해 새롭게 이해하고, 문화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고대 사원의 붉은 벽돌과 왕궁 회랑의 화려한 장식을 모티브로 한 전시장 디자인 역시 관람객에게 짙은 이국적 정취를 선사한다.
태국 문화부 예술국의 토사폰 시사만 부국장 역시 “K컬처의 나라 한국에서 태국의 T컬처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양국 문화가 세계 무대에서 함께 번성하기를 기원했다.
특별전 개막을 기념하여 오는 30일까지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이후 입장료는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가 종료된 후에는 10월 4일부터 12월 4일까지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 전시품 일부를 재구성한 순회전이 이어질 예정이다.
중생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부처의 발걸음처럼,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한층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여정이 지금 막 시작되었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