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10년이 2심 '집행유예'로…성인화보 모델 성폭행 사건, 180도 뒤집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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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징역 10년이 2심 '집행유예'로…성인화보 모델 성폭행 사건, 180도 뒤집힌 이유

로톡뉴스 2026-06-25 08:38: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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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화보 모델 성폭행 사건 항소심에서 전 소속사 대표의 성폭행·강제추행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고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셔터스톡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며 수십 명의 모델이 피해를 호소했던 '성인 화보 모델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심이 선고한 징역 10년의 중형이 2심에서 무죄(일부 유죄)로 뒤집히면서, 법원의 판결 이유와 그 이면에 숨은 법리적 쟁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은 2023년 소속 모델들이 소속사 전 대표 A씨(51)를 고소하며 이른바 업계 내 '미투(Me Too)' 운동으로 번진 사안이다.

A씨는 밀실 촬영 중 모델들을 성폭행 및 강제추행하고, 불법 촬영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모델들 사이의 가스라이팅 관계를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정승규 부장판사)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소지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을 뿐, 사건의 핵심이었던 성폭행과 강제추행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A씨의 성범죄가 무죄가 되자, 사건 무마를 위해 피해자들을 허위 고소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현 대표 B씨의 혐의도 함께 무죄로 판단했다.

"영화 보고 지인 추천까지"… 1심 뒤집은 항소심의 잣대

재판부가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은 핵심 근거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가스라이팅의 부재'였다.

재판부는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전후로 피고인과 단둘이 영화를 보고 지인을 회사 모델로 추천하거나 민감한 개인 신상을 상담하는 등 일반적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양상이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델들이 전속계약 없이 다른 플랫폼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이 이들의 의사결정을 제한할 정도의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봤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한데,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2심 재판부의 결론이다.

'피해자다움'의 덫? 법조계가 제기하는 2가지 물음표

그렇다면 이대로 사건은 일단락될까. 법조계와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항소심 재판부의 논리에는 몇 가지 짚어봐야 할 묵직한 법리적 의문점이 남는다.

① 대법원이 경계하는 '피해자다움'의 논리인가

가장 큰 쟁점은 대법원이 그토록 강조해 온 '성인지 감수성'과의 충돌 여부다.

대법원은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0도11185 등).

피해 전후로 영화를 보거나 지인을 추천했다는 이유로 신빙성을 부정한 항소심의 논리가 자칫 '피해자는 이래야 한다'는 프레임을 강요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② 가스라이팅과 다수 피해자의 목소리

업무상 위력 관계의 특수성도 간과할 수 없다. 성범죄 피해자, 특히 생계나 커리어가 얽힌 위력 관계의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관계를 즉각 단절하지 못하고 겉으로는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순히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했다'는 외형적 사실만으로 심리적 지배를 완벽히 부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더구나 이 사건은 서로 독립적인 다수의 피해자가 유사한 피해를 호소한 사건이다. 단일 피해자가 아닌, 여러 피해자의 진술이 갖는 상호 보강의 증명력을 재판부가 어떻게 평가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징역 10년에서 집행유예로, 1심과 2심의 판단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에 따라 검찰의 상고 여부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이 사건이 대법원으로 향하게 된다면, 업무상 위력 관계에서의 심리적 지배와 다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확인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법리적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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