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6주년] 마지막 참전용사까지 국가장으로… 서울대병원 집단학살은 국가기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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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6주년] 마지막 참전용사까지 국가장으로… 서울대병원 집단학살은 국가기록으로

뉴스로드 2026-06-24 20:27: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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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적힌 “조국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님들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입니다”라는 문구 아래 추모 조명이 켜져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 예우와 서울대병원 집단학살 희생자 기록화는 국가가 영웅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사진=뉴스로드/최지훈 기자]​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적힌 “조국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님들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입니다”라는 문구 아래 추모 조명이 켜져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 예우와 서울대병원 집단학살 희생자 기록화는 국가가 영웅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사진=뉴스로드/최지훈 기자]​

6·25전쟁 76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국회에서 두 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6·25전쟁 마지막 생존 참전유공자의 장례까지 국가장으로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국가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날 유용원 의원은 1950년 6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북한괴뢰군에 의해 희생된 국군 부상병과 민간인 환자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서울대병원 집단학살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의 ‘무명용사’ 추모비. 이름 없이 전장에 남은 희생까지 국가가 기억하는 일은 마지막 참전용사를 국가장으로 모시고, 서울대병원 집단학살 희생자의 이름을 국가기록으로 남기는 일과 맞닿아 있다. [사진=뉴스로드/최지훈 기자]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의 ‘무명용사’ 추모비. 이름 없이 전장에 남은 희생까지 국가가 기억하는 일은 마지막 참전용사를 국가장으로 모시고, 서울대병원 집단학살 희생자의 이름을 국가기록으로 남기는 일과 맞닿아 있다. [사진=뉴스로드/최지훈 기자]

▲보훈은 기억의 최전선이다

두 법안은 하나의 질문 앞에 서 있다. 국가는 대한민국을 지킨 사람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예우할 것인가. 김예지 의원의 법안이 살아남은 참전용사의 마지막 길을 국가가 끝까지 모시자는 것이라면, 유용원 의원의 법안은 전쟁 중 병상에서 죽임을 당한 이들의 이름과 죽음을 국가기록으로 남기자는 것이다. 출발점은 달라도 향하는 곳은 같다. 대한민국을 지킨 사람들, 그리고 대한민국이 끝까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과 6·25전쟁일이 함께 있는 달이다. 국가는 이 기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리고,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러나 올해 호국보훈의 달은 유난히 무거운 질문을 남겼다.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6·25전쟁 교육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항미원조’ 시각을 함께 소개하려다 논란이 일었고, 결국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항미원조’는 중국이 6·25전쟁 참전을 설명할 때 쓰는 표현으로,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관점에서 6·25전쟁은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그 역사적 사실 위에 전몰장병과 참전용사의 희생이 있다. 이 선이 흐려지는 순간, 보훈은 의전이 아니라 기억을 지키는 싸움이 된다.

김예지 의원의 국가장법 개정안은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현행 국가장법은 전·현직 대통령, 대통령당선인, 국가와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국가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 그러나 6·25전쟁 참전유공자는 국가장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킨 전쟁의 마지막 영웅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그 장례를 국가 최고 예우로 모실 수 있는 분명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김 의원이 국가보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생존한 6·25 참전유공자는 2만5040명이다. 2022년 5만3222명과 비교하면 약 53% 줄었다. 생존 참전유공자의 약 94%는 90세 이상 초고령자다. 이 숫자는 단순한 인구 통계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그들에게 직접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경고다. 머지않아 6·25전쟁은 생존자의 육성으로 증언되는 역사가 아니라 문서와 묘비, 그리고 교육으로만 전해지는 역사가 된다.

개정안은 6·25전쟁 참전유공자 중 정부가 인정한 최후의 생존자와, 전쟁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특별한 공헌을 한 사람 가운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 인물에 대해 국가장을 거행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한 영웅까지 국가장으로 모신다는 것은 단지 한 개인의 장례를 국가가 치른다는 뜻이 아니다. 전선에서 버틴 병사들, 피란길에서도 나라의 생존을 믿었던 국민들, 전쟁 이후 폐허 위에서 대한민국을 다시 세운 세대 전체를 향한 국가의 묵념이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전사자 명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이름은 한 권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국가가 끝까지 기억해야 할 약속으로 남아 있다. [사진=뉴스로드/최지훈 기자]​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전사자 명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이름은 한 권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국가가 끝까지 기억해야 할 약속으로 남아 있다. [사진=뉴스로드/최지훈 기자]​

▲서울대병원 집단학살, 국가기록으로

유용원 의원의 특별법안은 같은 질문을 다른 현장에서 제기한다. 1950년 6월 28일부터 29일 사이 서울대병원에서는 국군 전상병과 민간인 입원 환자들이 북한군과 노동당원 등에 의해 집단 희생됐다. 당시 서울대병원에는 의정부지구 전투와 미아리고개 전투 등에서 다친 국군 부상병들이 대거 후송돼 있었다. 증언에 따르면 800개 침상이 모두 찼고, 응급실과 수술실은 물론 병원 복도까지 부상병과 환자로 가득했다. 서울대병원은 전장이 아니었다. 그곳에 있던 이들은 교전 중인 병력이 아니라 이미 부상당해 치료를 받던 전상병과, 병상에 누워 있던 민간인 환자들이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5년 '북한인민군에 의한 서울대병원 집단 학살 사건' 보고서에서 북한괴뢰군이 1950년 6월 28일 오전 서울대병원에 침입해, 28일 1차와 29일 2차에 걸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대한민국 국군 전상병과 민간인 환자를 불법적으로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희생자 규모는 1000여명으로 추산됐고,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희생자는 330여명이었다. 가해 주체로는 북한 제4사단 소속 인민군 50여명과 성명 미상의 성동구 노동당원 9명이 지목됐다. 위원회는 전시 국군 부상병과 민간인 환자를 무차별 살해한 이 사건을 제네바협약 위반이자 명백한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유 의원의 특별법안은 이 사건을 더 이상 흩어진 증언과 단편적 기록 속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취지다.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서울대병원집단학살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를 설치하고, 최초 조사 개시일부터 3년 이내에 관련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마치도록 했다. 조사가 끝난 뒤에는 6개월 이내에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희생자와 유족, 친족, 사건에 관해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진상규명을 위한 신고를 할 수 있다. 위원회는 희생자와 유족을 심사·결정하고,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경우 이를 정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위령묘역 조성, 위령탑 건립, 사료관 건립, 위령공원 조성, 평화·인권 및 안보교육 등 위령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국립서울현충원에 새겨진 추모문. “내 나라 구하려고 피를 뿌리신 젊은이들”이라는 문구처럼, 나라를 지킨 이들의 이름과 희생을 끝까지 기억하는 일은 보훈의 출발점이자 국가의 책무다. [사진=뉴스로드/최지훈 기자]
국립서울현충원에 새겨진 추모문. “내 나라 구하려고 피를 뿌리신 젊은이들”이라는 문구처럼, 나라를 지킨 이들의 이름과 희생을 끝까지 기억하는 일은 보훈의 출발점이자 국가의 책무다. [사진=뉴스로드/최지훈 기자]

▲기억이 흔들리면 국가도 흔들린다

전쟁의 기억은 평화와 학문의 이름으로도 흐려질 수 없다. 학살은 학살이고, 침략은 침략이며, 참전은 참전이다. 서울대병원 집단학살 사건을 ‘여러 시각’ 가운데 하나로 처리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원에서 치료받던 대한민국 국군 부상병과 민간인 환자를 살해한 일은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범죄의 문제다. 마지막 생존 참전유공자를 국가장으로 모실 것인가의 문제 역시 의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의 문제다. 국가는 누구에게 빚을 졌는가. 국가는 누구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가. 그 답이 흔들리면 보훈도, 안보도, 역사교육도 함께 흔들린다.

6·25전쟁을 계기로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동맹국 미국의 보훈 체계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참전용사의 장례를 단순한 사적 의례로 보지 않는다. 자격을 갖춘 참전용사와 가족에게 국립묘지 안장, 묘지 개장과 폐장, 영구 관리, 정부 묘비와 표지, 장례기, 대통령 추모증서 등을 제공한다. 군 장례예우에는 나팔 진혼곡 ‘탭스(Taps)’ 연주, 성조기 접기, 유족에게 성조기를 전달하는 절차가 포함된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미국이 전쟁에서 잃은 사람들과 제복을 입고 복무한 사람들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보여주는 국가적 공간이다. 미국 보훈의 정신은 링컨의 말에서 출발했다. “전투를 감당한 이와 그 가족을 돌보라.” 선진국의 보훈은 예산 항목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하는 약속이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도 이제 그 약속을 더 분명히 해야 한다. 참전용사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의 부름에 응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청춘과 생명을 걸고 지킨 것은 추상적 이념만이 아니었다. 오늘의 거리와 학교, 기업과 언론, 국회와 법원, 평범한 일상과 가족의 식탁이었다. 나라가 영웅을 끝까지 모시는 것은 선심이 아니다. 국가가 진 빚을 갚는 일이다. 병상에서 죽임당한 대한민국 국군 전상병과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민간인 환자의 이름을 찾는 일도 과거에 머무는 작업이 아니다. 자유가 어떻게 지켜졌고, 무엇을 잊을 때 국가가 무너질 수 있는지를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는 일이다.

6·25전쟁 참전용사의 경례와 태극기, 병상에 누운 환자들, 전장의 실루엣을 한 장면에 담은 그래픽. 마지막 참전용사 국가장과 서울대병원 집단학살 희생자 국가기록화는 국가가 누구를 끝까지 기억하고 모실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래픽=뉴스로드/최지훈 기자]
6·25전쟁 참전용사의 경례와 태극기, 병상에 누운 환자들, 전장의 실루엣을 한 장면에 담은 그래픽. 마지막 참전용사 국가장과 서울대병원 집단학살 희생자 국가기록화는 국가가 누구를 끝까지 기억하고 모실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래픽=뉴스로드/최지훈 기자]

▲국가는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

김 의원은 “오늘의 대한민국은 6·25전쟁 참전유공자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진 나라”라며 “국가장은 한 분의 장례를 넘어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모든 참전영웅께 국가가 바치는 최고의 예우이자 감사의 표현”이라고 했다. 이어 “6·25전쟁 76주년을 맞아 발의한 이번 개정안이 참전유공자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한층 강화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안보의 소중한 가치를 미래세대에 계승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 의원은 “사건 발생 7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학살의 경위와 정확한 희생자에 대한 충분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또한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라며 “특별법은 사건의 진상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 및 추모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전쟁범죄를 역사에 기록하고, 대한민국을 지키다 전사한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라며 “자유와 평화, 그리고 국가안보의 소중함을 미래세대에 계승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6·25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총성이 잠시 멈췄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반도는 여전히 정전 상태에 있고, 그 위에서 기억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마지막 참전용사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모시는 일과 서울대병원 집단학살 희생자를 국가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같은 문장으로 이어진다.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은 자신을 지킨 영웅을 잊지 않아야 한다. 병상에서 죽임당한 이들의 이름을 끝까지 찾고, 참전용사와 호국영령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고, 모시고,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호국보훈의 달에 국가가 국민 앞에서 다시 해야 할 가장 무거운 약속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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