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책보다 굿즈를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더 길어지고 있다. 출판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캐릭터 굿즈와 한정판 소품, 랜덤 뽑기 상품 등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책은 나중에 사도 되지만 굿즈는 지금 사지 않으면 못 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전시 소비를 넘어 희소성과 경험 가치를 중시하는 최근 문화 소비 트렌드가 도서전에도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24일부터 5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개막 직후부터 일부 인기 굿즈가 빠르게 품절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행사 시작 후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준비된 물량 대부분이 소진되는 부스가 등장했고, 뒤늦게 방문한 관람객들이 구매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모습도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입장하자마자 굿즈부터 사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갈 정도였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관람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몰린 곳 중 하나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키캡과 키링을 판매하는 부스였다. 해당 부스에서는 키캡 키링과 함께 실제 채소를 모티브로 제작한 '쌈 책갈피' 등 독특한 굿즈를 선보였다.
키캡 키링은 현장에서 1만5300원에 판매됐으며, 온라인 판매가가 1만8000원 수준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구매 수요가 더욱 집중됐다. 상추와 깻잎 모양을 활용한 '쌈 책갈피' 역시 1세트 6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독창적인 콘셉트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학생 이은혜 씨(21·여)는 "SNS에서 보고 꼭 구매하려고 왔는데 도착하니 이미 품절이었다"며 "개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물건이 없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에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아 일부러 평일 첫날 방문했는데도 원하는 제품을 구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스 관계자 역시 예상보다 빠른 소진 속도에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키캡 키링은 어느 정도 인기를 예상했지만 책갈피까지 이렇게 빨리 품절될 줄은 몰랐다"며 "추가 물량 확보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과 함께 한정판 티셔츠를 판매한 다른 부스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일부 인기 사이즈는 오전 중 모두 품절됐고, 결제를 기다리던 관람객들이 품절 소식을 듣고 줄에서 빠져나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책보다 굿즈의 희소성이 더 큰 구매 동기로 작용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최현지 씨(26·여)는 "책은 나중에 온라인이나 서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굿즈는 이곳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한정판이라는 점 때문에 굿즈 구매가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티셔츠는 못 샀지만 키캡이나 책갈피, 북커버 같은 다른 굿즈를 구입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챠(랜덤 뽑기)' 부스 역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해당 부스는 책갈피, 액정 클리너, 키링, 스탬프 등을 랜덤 방식으로 제공했는데, 오후 12시 30분 기준으로 이미 오후 6시까지의 대기 접수가 마감될 정도로 관람객이 몰렸다. 일부 방문객들은 긴 대기 시간을 확인한 뒤 참여를 포기하기도 했다.
도서전 한정판 도서 역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신선미 작가의 '한밤중 개미요정'은 일반 서점에서 판매되는 노란색 표지 대신 도서전 한정으로 분홍색과 연두색 표지 버전을 선보였다. 가격은 일반판과 동일한 1만3000원이었지만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희소성이 더해지면서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도서전 굿즈에 대한 관심은 행사 개막 이전부터 온라인에서 확인됐다. SNS와 블로그에는 올해 도서전에서 판매될 굿즈와 한정판 상품 정보를 정리한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부스별 판매 품목과 특전 정보를 공유하며 구매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김오리가 게시한 '2026 서울국제도서전 부스별·한정·특전·굿즈 정리' 게시물은 약 7만6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부스 위치와 주요 이벤트, 한정판 도서와 굿즈 정보 등이 정리돼 있었으며, 관련 사진과 후기 게시물도 수백 차례 재공유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도서전만의 특징이 아니라 최근 소비문화 전반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콘텐츠 자체를 소비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경험과 소장 가치를 함께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은 상품의 실용성보다 희소성과 경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한정판 굿즈는 행사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소비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서전 역시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행사로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출판 콘텐츠와 굿즈가 결합된 형태의 소비 전략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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