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락하는 증시를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 투자자들. 양국은 서킷브레이커를 공통으로 운영하지만 변동성 완화 장치는 서로 다르다. ⓒ 챗GPT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최근 국내 증시는 9000선을 돌파한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서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에도 코스피가 장중 8% 넘게 급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올해 들어 네 번째이자 역대 열 번째 발동입니다.
보통 이런 안전장치는 폭락장의 신호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때 투자자들의 과도한 공포나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는 무엇이고, 미국 증시의 안전장치는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요.
가장 대표적인 안전장치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입니다. 서킷브레이커는 현재 한국과 미국이 공통적으로 운영하는 시장 안정 장치이기도 합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급락할 때 시장 거래를 일시 중단해 투자자들이 과도한 공포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전기 회로의 차단기처럼 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때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3단계 체계를 운영하지만 발동 기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1단계가 발동됩니다. 이후 15%, 20% 하락 시 각각 2·3단계가 적용됩니다. 1·2단계는 전 종목 거래가 20분간 중단되고 10분간 단일가매매를 거쳐 거래가 재개됩니다. 3단계가 발동되면 당일 거래가 종료됩니다.
미국은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전일 대비 7% 하락 시 1단계, 13% 하락 시 2단계, 20% 하락 시 3단계가 발동됩니다. 1·2단계는 15분간 거래가 중단되며 3단계는 당일 거래가 종료됩니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7% 기준을 적용하는 배경에는 지난 1987년 10월19일 발생한 '블랙먼데이'가 있습니다.
당시 다우존스지수는 하루 만에 22.6% 폭락했고 시장 충격은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됐습니다. 이후 미국은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장치로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했습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지난 2020년 3월에는 9일과 12일, 16일, 18일 등 총 네 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열흘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네 차례 발동되며 당시 뉴욕증시 역사에 남는 장면이 됐습니다.
한국 역시 지난 2001년 9·11 테러,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4년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글로벌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서킷브레이커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미국·이란 충돌에 따른 중동 리스크와 반도체주 급락, 미국 기술주 조정 여파 등으로 지난 3월 두 차례, 6월 두 차례 등 총 네 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이는 역대 10번째 발동 사례로 올해 시장 변동성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서킷브레이커보다 사이드카(Sidecar)가 더 익숙합니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이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장치입니다.
코스피 시장은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발동됩니다. 코스닥 시장은 코스닥150 선물가격이 6% 이상, 코스닥150 지수가 3% 이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됩니다.
사이드카가 발동되면 프로그램매매 호가는 5분간 효력이 정지됩니다. 시장 전체 거래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물시장의 충격이 현물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서킷브레이커가 증시의 '비상정지 버튼'이라면 사이드카는 충격 확산을 막는 '과속방지턱'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점은 사이드카는 급락뿐 아니라 급등 상황에서도 발동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승장에서도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면 작동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에도 사이드카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에는 한국의 사이드카와 동일한 제도는 없습니다. 대신 개별 종목의 급등락을 통제하는 LULD(Limit Up-Limit Down)를 운영합니다.
다만 LULD는 사이드카를 그대로 옮겨놓은 제도는 아닙니다. 사이드카가 선물시장의 충격이 현물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장치라면 LULD는 개별 종목의 과도한 가격 변동을 제한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미국 증시는 한국처럼 상·하한가 제도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대신 종목별 기준가격을 중심으로 일정 가격 범위를 설정하고 주가가 해당 범위를 벗어난 상태가 일정 시간 지속되면 해당 종목 거래를 일시 중단합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나 테슬라 같은 종목이 단시간에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시장 전체가 아니라 해당 종목만 거래가 멈출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21년 개인투자자들의 '밈주식' 열풍 당시 게임스톱(GameStop)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LULD가 발동되며 거래가 중단됐습니다. 현재도 미국에서는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급변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LULD가 작동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개별 종목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변동성완화장치(VI)를 운영해 개별 종목이 단시간 급등락할 경우 2분간 단일가매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은 시장 전체 충격을 완화하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 VI를 함께 운영하는 반면 미국은 서킷브레이커와 LULD를 중심으로 시장 변동성을 관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LULD는 모두 시장을 억지로 막기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과열된 매매 흐름에 잠시 '시간'을 부여하기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서킷브레이커나 사이드카 발동을 시장 붕괴 신호로 받아들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올해처럼 조정 국면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면 안전장치는 얼마든지 작동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발동 여부보다 발동 이유입니다. 일시적인 수급 충격인지, 글로벌 악재 때문인지, 아니면 경제 펀더멘털 변화 때문인지에 따라 시장이 주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에 브레이크가 있듯 증시에도 비상정지 장치가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브레이크가 작동했다는 사실보다 왜 브레이크를 밟게 됐는지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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