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매개성호중구감소증(Immune-mediated Neutropenia)은 면역계가 자신의 호중구(neutrophil)나 골수 내 호중구 전구세포를 비정상적으로 공격해 파괴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혈액 내 순환하는 호중구 수가 현저히 줄어들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호중구는 세균감염에 대한 1차 방어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일종이다. 따라서 호중구 수가 줄면 정상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체내 상재균조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감염이 빠르게 전신으로 퍼질 위험이 커진다.
■강아지에게 더 흔하게 발생
면역매개성호중구감소증은 비교적 드문 질환이다. 고양이보다 강아지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모든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특히 4세 이하 암컷 개에게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명확한 유전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자이언트슈나우저 암컷에게 가족성 발생이 보고된 바 있다. 벨지안테뷰런(Belgian Tervuren)과 일부 고양이는 증상 없이 생리적으로 호중구 수치가 낮게 측정될 때도 있어 감별이 필요하다.
질환의 원인은 대부분 특발성(idiopathic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으로 분류되지만 특정 약물이나 감염성질환이 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아지는 페닐부타존(phenylbutazone), 고양이는 그리세오풀빈(griseofulvin) 투여 후 발생한 사례가 보고됐으며 바이러스나 리케차 감염도 관련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는 면역매개성용혈성빈혈(IMHA), 면역매개성혈소판감소증(IMTP) 등 다른 면역매개성질환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빈혈이나 범혈구감소증(pancytopenia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이 모두 줄어드는 상태)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은 모호하지만 발열과 무기력이 대표적
면역매개성호중구감소증은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기에는 무기력증, 식욕부진과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만 나타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질환이 진행되면 발열과 쇠약감이 가장 흔한 임상증상으로 나타난다. 또 기회감염(opportunistic infection 평소엔 문제 되지 않던 균이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일으키는 감염)이 발생할 때는 설사, 치은염, 피부병변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단 이러한 증상들은 특정 감염 부위를 정확히 시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진단은 ‘배제 진단’이 핵심
면역매개성호중구감소증은 대부분 배제 진단(diagnosis of exclusion 다른 원인을 하나씩 제외해 가며 확정하는 진단법)을 통해 확진된다. 즉 호중구감소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을 먼저 배제해야 한다. 진단 과정에서는 전혈구검사(CBC)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호중구 수가 500/μL 이하로 줄었다면 면역매개성질환일 가능성이 커진다. 호중구감소증이 2~3일 이상 지속하거나 다른 혈구 감소가 동반될 때는 골수흡인검사 및 조직검사가 권장된다.
혈청화학검사, 흉부방사선검사, 복부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종양 유무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며 요배양검사와 감수성검사를통해 잠재적 요로감염 여부도 평가한다. 또 파보바이러스감염증, 에를리키아증, FeLV·FIV감염 등 감염성질환에 대한 검사도 필요하다. 일부 전문검사실에서는 유세포분석(flow cytometry)을 이용한 항호중구항체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발열과 호중구감소증 동반 시 응급상황
수의학에서는 발열과 호중구감소증이 동시에 나타나면 패혈증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패혈증은 수 시간에서 수일 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열환자는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한 후 광범위항생제를 우선 투여한다. 중증환자는 정맥 내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며 때에 따라 인간용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를 단기간 사용할 수 있다.
감염성 원인이 배제되거나 적절히 치료된 후에는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을 이용한 면역억제치료를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프레드니손(prednisone) 2mg/kg/day 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하며 호중구 수가 정상화될 때까지 유지한다.
■스테로이드 반응이 진단의 단서
대부분의 면역매개성호중구감소증환자는 스테로이드 치료 시작 2주 이내에 호중구 수가 늘어난다. 반응이 없다면 진단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진단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사람용 정맥면역글로불린(IVIG)이나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단 초기에는 골수억제 부작용이 있는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이나 사이클로포스파미드(cyclophosphamide) 사용을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후는 조기 발견 및 초기 대응 시 비교적 양호
원발성 면역매개성호중구감소증으로 진단된 4세 이하 강아지는 대부분 좋은 치료 반응을 보이며 회복이 가능하다. 반면 고령견이거나 범혈구감소증이 동반된 환자는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 예후를 다소 신중하게 평가한다. 일부 임상의들은 “호중구 수가 1000~1500/μL 이상이면 패혈증 발생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발열과 호중구감소증이 함께 나타난다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상황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검사와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호자는 집에서 체온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발열이나 무기력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호중구감소증환자는 카테터 관리 같은 기본적인 무균 처치도 감염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강승주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중증내과질환센터 과장ㅣ정리 헬스경향 조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