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또다시 무산됐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방과 공매도 제도 개선 등 대대적인 시장 개혁에 나섰지만, MSCI는 원화의 역외 거래 제한과 시장 접근성 문제 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는 내년 다시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에 도전하게 됐으며, 실제 선진국지수 편입 시점은 빨라도 2029년이 될 전망이다.
MSCI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을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에 포함하지 않았다.
MSCI는 "한국 당국이 시장 개선을 위해 다양한 개혁 조치를 시행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국제 투자자들은 여전히 근본적인 제약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원화의 역외 거래 제한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현재 원화는 해외 외환시장에서 실제 원화를 주고받는 방식의 거래가 불가능하다. 대신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MSCI는 "원화는 여전히 역외에서 실물 인도가 불가능한 통화"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외환 운용에 제약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공매도 제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지난해 3월 공매도를 전면 재개했지만, MSCI는 새롭게 도입된 시장감시 체계와 규정 준수 절차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운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환시장 자유화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정보 접근성 ▲청산·결제 시스템 ▲증권 이동성 등도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꼽혔다.
이번 평가에서 한국 증시는 18개 평가 항목 가운데 5개 항목에서 '개선 필요'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6개 항목보다 한 개 줄어들었지만 선진국 승격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투자상품 접근성 부문은 지난해 '개선 필요'에서 '양호'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은 1992년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됐다. 이후 2008년 처음으로 선진국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외환시장 규제와 투자자 접근성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면서 승격에 실패했다.
결국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로드맵'을 마련하고 외환·자본시장 개방 확대를 추진해 왔다.
총 39개 과제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시행됐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원·달러 외환시장을 사실상 24시간 운영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원화 계좌를 직접 개설해 원화를 운용할 수 있는 '역외 원화 결제망'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제도 개선이 실제로 안착하면 MSCI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일부 확인됐다"며 "역외 외환시장 활성화와 결제 시스템 개선이 본격화되는 2027년 평가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절차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 우선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뒤 최소 1년 이상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관찰대상국 진입에 실패한 한국은 내년 6월 재도전에 나서게 된다.
만약 내년에 관찰대상국으로 재등재될 경우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 결정은 2028년 6월, 실제 지수 편입은 2029년 5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현실화될 경우 수십조 원 규모의 해외 자금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MSCI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외환시장 자유화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만큼, 향후 정부의 추가 개혁과 실제 시장 정착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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