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혜수 기자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 등재가 또 불발됐다. 정부가 외환·자본시장 접근성 개선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MSCI는 제도 도입 자체보다 해외 투자자가 실제로 활용하고 효과를 체감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SCI는 2026년 연례 시장분류 리뷰에서 한국을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에 포함하지 않았다. 한국은 기존처럼 신흥시장으로 남게 됐다. 선진국지수 편입 절차에 들어서려면 먼저 관찰대상국에 지정된 뒤 일정 기간 평가를 거쳐야 한다.
이번 결과는 지난 19일 공개된 글로벌 시장 접근성 리뷰 단계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해당 리뷰에서 한국의 투자상품 가용성 항목은 '개선 필요'에서 '보통'으로 한 단계 올라섰지만,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과 투자자 등록·계좌 설정, 정보 흐름, 청산·결제, 증권 이동성은 여전히 '개선 필요' 등급에 머물렀다.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 편입을 가로막는 핵심 항목들이 그대로 남은 셈이다.
다만 당장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은 관찰대상국 등재 유보로, 실제 지수 편입이나 편출이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접근성 리뷰에서 편입 유보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던 만큼 이번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우선 MSCI는 원화가 역외에서 완전히 결제 가능한 통화가 아닌 데다, 연장 외환거래 시간대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정부는 올해 7월 국내 외환시장 24시간 운영 전환을 추진하고, 역외 원화결제기관 제도와 24시간 역외 원화결제망 구축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올해 평가 시점까지 실사용 이력을 쌓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계좌와 결제 인프라도 남은 과제다. 정부는 기존 외국인투자등록번호(IRC)를 법인식별기호(LEI) 기반 체계로 전환하고, 외국인 통합계좌와 명목계좌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계좌와 새 식별체계가 함께 쓰이면서 투자자 식별 부담이 남아 있고, 옴니버스 계좌도 실제 결제는 최종투자자별로 이뤄지는 구조가 주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보 흐름 역시 선진시장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문공시 의무화와 배당액을 알고 투자하는 배당절차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전체 상장사와 시장 관행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공매도 재개와 무차입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NSDS) 도입으로 접근성 평가도 개선됐지만, 규제 준수와 운영 부담은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가 실제 운용 과정에서 불편 없이 활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윤 연구원은 MSCI가 제도의 실질적 시행과 시장 참여자의 변화 체감 정도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만큼 정부 로드맵 완료 시점에 재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다음 시험대는 제도 발표가 아니라 실제 거래 데이터다. 7월 24시간 외환시장 전환 이후 야간 시간대 원화 유동성과 호가 여건이 충분히 형성되는지, 2027년 역외 원화결제망 본격화 이후 해외 기관투자자의 환전·결제 부담이 실제로 줄어드는지가 평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최지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MSCI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개혁이 완전히 시행됐으며, 시장 참여자들이 변화의 효과를 충분히 평가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재분류 협의를 시작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LEI, NSDS, 영문공시 확대 등 기존 제도와 옴니버스 계좌 개설 주체 확대, 명목계좌 활성화 등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도 안착 여부에 따라 증시 영향 역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도 개선에 따른 환율 안정성 제고와 이익 변동성 안정화로 중장기적 밸류에이션 확대 효과를 기대한다"면서도 "선진국지수 편입 발표 이후에는 중소형주 편출로 인한 대형주 편중 심화와 편입 지수 내 비중 하락에 따른 자금 편출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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