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여행] 부산 여행의 새로운 정답, 바다 대신 숲에서 만나는 '부산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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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차 여행] 부산 여행의 새로운 정답, 바다 대신 숲에서 만나는 '부산시민공원'

뉴스컬처 2026-06-24 11:47: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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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부산을 처음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소는 해운대나 광안리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부산의 진짜 일상과 도시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면 부산진구 한복판에 자리한 부산시민공원을 추천하고 싶다.

서면 상권과 맞닿아 있는 부산시민공원은 부산 최대 규모의 도심 공원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산책과 휴식, 문화생활을 즐기는 생활 속 명소다. 거대한 녹지 공간과 다양한 문화시설, 그리고 근현대사의 흔적까지 품고 있어 부산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한다.

사진=부산시민공원
사진=부산시민공원

부산시민공원은 부산진구 부전동과 연지동 일원에 조성된 대규모 근린공원이다. 총면적은 약 47만㎡에 달하며 부산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넓은 녹지를 자랑한다. 고층 건물과 번화가가 밀집한 서면 중심부와 불과 몇 분 거리임에도 공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차량 소음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리고, 빽빽한 건물 대신 넓은 잔디와 숲길이 시야를 채운다. 이러한 풍경 덕분에 부산시민공원은 종종 ‘부산의 센트럴파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부산시민공원이 특별한 이유는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부산시민공원은 한 세기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시대의 흔적을 품어온 공간이다. 현재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지만, 과거 이곳은 농경지와 경마장, 군사시설, 미군기지라는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공원을 천천히 걸어보면 단순히 나무와 꽃이 조성된 녹지 공간이 아니라 부산의 근현대사가 살아 숨 쉬는 역사 현장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사진=부산시민공원
미로정원. 사진=부산시민공원

원래 이 지역은 비옥한 농토가 펼쳐져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토지 조사 사업과 산업화 정책이 진행되면서 농경지는 점차 공업지대와 군사시설로 바뀌었다. 광복 이후 이 땅은 다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다. 미군이 일본군 시설을 접수하면서 이곳은 캠프 하야리아(Camp Hialeah)라는 이름의 미군기지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부산항과 연결된 핵심 병참 거점으로 기능하며 전차와 장갑차 정비, 군수품 보급, 연료와 식량 분배 등 후방 지원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낙동강 방어선이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러한 병참 시스템의 역할이 있었다고 평가된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캠프 하야리아는 오랫동안 주한미군의 주요 시설로 사용됐다. 1990년대 들어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을 추진하면서 캠프 하야리아의 운명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부산 시민사회와 지역 단체들은 오랫동안 기지 반환 운동을 전개했고, 결국 2006년 반환이 결정됐다. 이후 토양 정화와 환경 복원 사업이 진행됐으며, 부산시는 이 부지를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오랜 군사시설이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은 부산 도시사에서도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사진=부산시민공원
전포천/도심백사장. 사진=부산시민공원

공원은 2014년 정식 개장 이후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성장했다. 특히 세계적인 조경가 제임스 코너가 설계에 참여했다는 점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공원의 정체성을 공간 디자인에 녹여냈다. 덕분에 부산시민공원은 나무를 심어 만든 녹지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휴식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공원을 둘러보는 여행은 남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입구를 통과하면 가장 먼저 음악분수와 넓은 수변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정해진 시간마다 음악에 맞춰 분수가 솟아오르는데,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탁 트인 풍경이 어우러져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주변에는 벤치와 정자가 마련돼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하야리아 잔디광장/목재조명타워 . 사진=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목재조명타워 . 사진=부산시민공원

공원의 중심부에 자리한 하야리아 잔디광장은 부산시민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약 4만㎡ 규모에 이르는 이 광장은 축구장 여러 개를 합친 크기에 해당하며, 주말이면 시민들이 돗자리를 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은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가족들은 도시락을 나누며 휴식을 즐긴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부산시민공원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다.

잔디광장 주변에는 높이 26m에 달하는 목재조명타워가 설치돼 있다. 아시아 최초로 조성된 목재 조명타워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으며, 낮에는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주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으로 공원의 풍경을 완성한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억의 숲. 사진=부산시민공원
기억의 숲. 사진=부산시민공원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가면 기억의 숲이 나타난다. 이곳은 하야리아 시절부터 자라온 플라타너스 나무들을 활용해 조성한 숲길이다.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늘 덕분에 여름철에도 비교적 시원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도심 속 공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휴식 공간 중 하나로 꼽힌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공원역사관 방문은 필수 코스다. 과거 장교클럽 건물을 리모델링한 전시관으로, 농경지 시절부터 일제강점기와 캠프 하야리아 시대, 그리고 시민공원 조성 과정까지 방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사진과 기록, 각종 유물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 공원이 걸어온 시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 사진=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부사관 숙소 건물을 활용한 이 공간은 도예와 목공예, 판화, 섬유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공방이 입주해 있다. 방문객들은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을 둘러볼 수 있으며,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도 수시로 열린다. 군사시설이 창작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공원 곳곳에 이어지는 5대 숲길과 메타세쿼이아 길은 사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다. 계절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숲길은 방문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봄에는 왕벚나무가 화려한 꽃길을 만들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공원을 뒤덮는다. 가을에는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이 장관을 이루며, 겨울에는 차분하고 고요한 풍경이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사진=부산시민공원
.하늘 빛 폭포/거울연못. 사진=부산시민공원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부산시민공원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거울연못과 하늘빛 폭포 주변에는 조명이 켜지고, 밤하늘을 배경으로 물과 빛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높이 25m 규모의 하늘빛 폭포는 밤이 되면 다양한 색상의 조명과 함께 화려한 야간 경관을 연출하며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산시민공원은 부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농토에서 군사시설로, 미군기지에서 시민공원으로 변모한 과정은 도시가 어떻게 기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부산 여행에서 바다와 야경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도시의 얼굴을 만나고 싶다면, 부산시민공원은 반드시 걸어봐야 할 장소다. 이곳의 숲길과 잔디광장, 역사관과 문화예술촌은 여행자에게 휴식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며 부산이라는 도시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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