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전환 속도 못 내는 부품업계, 문제는 '투자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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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전환 속도 못 내는 부품업계, 문제는 '투자 확신'

프라임경제 2026-06-24 11:46: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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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래차 전환은 완성차 기업의 전략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하려면 부품기업들도 생산설비를 바꾸고,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부품을 양산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현장 계산이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부품업계가 체감하는 미래차 전환은 기회인 동시에 부담이다. 전기차 수요 흐름은 여전히 흔들리고,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부품 일감을 유지하면서 미래차 대응 투자까지 병행해야 하는 중소·중견 부품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분야에, 어느 속도로,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미래차 전환의 병목이 기술 의지보다 투자 확신에서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시 효림정공 대회의실에서 '자동차 생태계 전환을 위한 부품업계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자동차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 현황과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국내 자동차 생산 기반과 부품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건의사항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대진 KAIA 회장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임광훈 한국자동차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부품업계에서는 △박경배 KG모빌리티파트너스 회장을 비롯해 △태상 △다우산 △유진SMRC △효림정공 △융진기업 △서진캠 △콩스버그오토모티브 △한국후꼬꾸 △셰플러안산 등 주요 부품기업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시 효림정공 대회의실에서 '자동차 생태계 전환을 위한 부품업계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 KAIA

참석자들은 간담회에 앞서 효림정공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자동차 부품 생산 현장과 미래차 전환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전기차 전환이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 협력업체 전반의 생산 구조와 투자 여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논의됐다.

◆미래차 전환, 부품업계에는 투자 리스크

부품업계가 호소한 가장 큰 어려움은 전환 방향의 불확실성이다. 완성차 시장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부품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생산체계를 당장 멈출 수 없다. 내연기관 부품 수요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래차 부품 투자까지 병행해야 한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지역별로 온도 차를 보이고,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계획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되고 있다. 부품기업이 미래차 설비와 인력에 투자하더라도 실제 양산 물량과 수익성이 따라오지 않으면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몫으로 남는다.

중국 전기차의 급성장도 국내 부품업계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생산과 배터리, 소재, 부품 생태계 전반에서 빠르게 규모를 키워왔다.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 장악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부품기업들은 기술 전환과 원가 경쟁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전문인력 부족도 미래차 전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AI, 자율주행, 전동화 분야는 기존 기계·가공 중심 인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연구개발 인력과 생산인력을 새로 확보해야 하지만 중소·중견 부품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조건으로 인재를 끌어오기는 쉽지 않다.

이번 간담회는 자동차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 현황과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국내 자동차 생산 기반과 부품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건의사항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 KAIA

부품업계는 완성차·부품사·소재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 기반 전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존 내연기관 부품기업이 미래차 산업으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기술 로드맵 제공, 시장·특허 정보 지원, 시험·인증 인프라 구축 등 전주기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경배 KG모빌리티파트너스 회장은 "부품기업들은 미래차 전환을 위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지속해야 하지만 시장 불확실성과 수익성 악화로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중소·중견 부품기업의 경우 전환 투자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생산 기반 지켜야 전환도 가능

부품업계는 미래차 전환을 위해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생산이 국내에서 충분히 이뤄져야 부품기업도 일감을 확보하고, 다시 미래차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기차 지원제도에 국내 부품 사용과 국내 생산 기여도를 반영하면 완성차 생산 확대와 부품업계 재투자를 함께 유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정대진 KAIA 회장은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조속히 도입해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확대하고, 이를 통해 부품업계의 전동화 전환과 일감 확보, 미래차 투자 여력 확충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EU를 중심으로 생산과정의 탄소배출량 정보와 공급망 실사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부품업계의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자동차업계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자동차산업은 완성차와 부품업계가 동반 성장할 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도 국내 생산과 투자가 지속돼 부품산업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부품기업들이 기존 생산체계를 유지하면서 미래차 대응을 위한 투자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전환 과정에서 현장의 어려움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차 전환 지원은 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부품업계는 재정·세제 지원 확대와 함께 연구개발, 시험·인증, 특허 정보, 인력 양성, 외국인 근로자 활용 확대,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한 운영 등이 함께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전환 투자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 인력, 시장 정보가 동시에 뒷받침돼야 현장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광훈 한국자동차연구원 부원장은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미래차 전환의 핵심기반인 부품 생태계의 경쟁력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래차 핵심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자율주행·전동화 분야 R&D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개발-실증-사업화 연계체계 구축을 통해 미래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미래차 전환은 이미 시작됐지만, 부품업계의 투자 계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장이 어디까지 커질지, 어떤 기술이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지, 국내 생산 물량이 얼마나 유지될지에 따라 부품기업의 선택은 달라진다. 결국 부품 생태계의 전환 속도는 기업의 의지만이 아니라 정책이 얼마나 투자 확신을 만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KAIA는 이번 간담회에서 제기된 현장 의견과 정책 건의사항을 바탕으로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비롯한 자동차 부품업계 미래차 전환 지원 과제를 지속 발굴하고, 정부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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