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최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와 만나 국내 소아외과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소아외과는 신생아부터 18세까지 아이들의 수술을 담당하는 필수의료 분야다. 하지만 이 분야를 선택하는 젊은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소아외과 전문의는 전국에 50~60명 수준이다. 학회 창립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뒤를 이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교수는 “1980년대 학회 창립 당시 활동하던 1세대 교수들은 대부분 은퇴했고 그 다음 세대도 은퇴를 앞두고 있다”며 “빠져나가는 사람보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훨씬 적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력 감소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아외과 인력난은 단순히 지원자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 입장에서도 소아외과 전문의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응급수술에 대비해야 하는 부담은 크지만 수익성은 낮아서다. 1명의 전문의만 근무하는 병원은 사실상 365일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이 교수는 “소아외과 의사를 고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 보니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유지가 어렵다”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 소아외과를 유지할 수 있는 일부 병원에만 인력이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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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해보니 더 잘 맞았다”
이 교수도 처음부터 소아외과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선택한 분야는 이식외과였지만 스승을 만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국내 간이식 분야의 선구자인 이석구 전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의 권유로 소아외과를 접한 이 교수는 “아이들을 원래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손으로 직접 치료하는 외과적 성향이 강했다”며 “소아외과가 오히려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많은 의사들이 소아 진료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보호자와의 관계다. 아이의 상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모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소아 환자 보호자들은 젊고 정보 습득도 빠른 편”이라며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면 오히려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중이 소아외과를 접하는 창구는 의외로 많았다. 드라마 ‘굿닥터’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이 대표적이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소아외과 교수가 주요 인물(극중 안정원·유연석 분)로 등장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이 교수는 슬의생 제작에 자문 역할도 했다.
관심이 높아졌다고 해서 인력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전문성과 법적 책임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외과 전문의의 경우 일정 수준의 다양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소아 수술은 질환 자체가 다르고 전문화가 매우 많이 진행돼 있어 일반 외과의사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는 병원에서 일반 외과의사가 응급수술을 시행한 뒤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환자도 전문의를 원하고 사법체계 역시 전문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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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잘 커가는 모습이 가장 큰 보상”
그는 소아외과를 떠나진 않는 이유는 환자들에게 주는 것보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받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서다. 특히 건강하게 회복해 외래를 다시 찾는 아이들, 커서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보호자들, 삐뚤빼뚤하게 쓴 손편지 한 장이 그를 다시 수술방으로 향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외과를 선택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소아외과 역시 마찬가지”라며 “학생들한테도 늘 정말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그 길을 가라고 말한다”고 했다.
소아외과의 미래에 대해 그는 낙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해법은 분명하다고 본다.
이 교수는 “관심 있는 사람이 제대로 배우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권역별로 소아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거점센터를 구축해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는 모델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사람을 남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을 수술할 의사가 사라지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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