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저도 연프(연애 리얼리티)를 좋아해서 잘 알고 있어요. (웃음).”
처연함은 지우고 독기가 올랐다. 말갛고 고운 얼굴에 자신만만한 야욕이 들어찰 수 있단 것만으로 ‘멋진 신세계’는 채서안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혔다.
작품 종영에 맞춰 일간스포츠와 만난 채서안은 “의외성을 담고 싶었다”며 “그간 보여드리지 않았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게 첫 번째 욕심이고, 그 캐릭터를 작품에 잘 녹여내고 싶었던 게 두 번째 욕심이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20일 최종회를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희대의 조선 악녀가 300년 후 현대의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로 눈뜬 뒤 악질 재벌 차세계(허남준)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스 코미디물이다.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시청률 11.8%로 종영했으며, 넷플릭스 글로벌 TV쇼(비영어) 부문에 6주 연속 5위권 이내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흥행 요인엔 로맨스 구도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놓이곤 했던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움직인다는 ‘클리셰 비틀기’가 있다. 채서안이 극중 연기한 모태희 역은 재벌 3세로 사업 욕심을 겸해 차세계에 대한 연심으로 메인 커플의 로맨스에 위기를 불어넣었다.
“강현주 작가님이 대본리딩 때 제게 ‘봄날의 햇살을 표현해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태희의 등장이 화사하도록 한태섭 감독님도 연출에 신경 써주셨는데 점점 태희에게 아픈 서사가 있고, 그 햇살에 먹구름이 끼더라고요.”
앞서 채서안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의 청년 장영란 역, 일명 ‘학씨부인’ 역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2021년 드라마 ‘경찰수업’을 통해 데뷔한 그의 필모그래피엔 학씨부인과 같은 선역의 인상이 강했던 터 ‘멋진 신세계’로 맡게 된 ‘악녀’ 포지션은 새로운 얼굴이었다.
그는 “‘메기’답게 이목을 끄는 다양한 매력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굴러온 돌’이다보니 시청자분들이 빼내고 싶어하셨는데, 모태희를 미워해주시는 것도 기분이 좋지만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져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사가 덜어진 아쉬움은 없지 않았다. 아역 배우가 촬영한 태희의 과거 회상신이 편집되거나, 조선시대 신에서 중전이었단 암시는 있었지만 채서안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그는 “태희가 사랑에 미숙하다는 장면은 후반부에 등장하기도 하고, 주체성이 강렬해질 것 같아 편집은 괜찮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사실 대본이 재밌어서 작가님께 후반부 사극신에 넣어주실 수 없는지 여쭤보기도 했는데, 분량상 현대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고 시원하게 웃었다.
“이번엔 ‘사랑스럽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나 악한 거 할 수 있는데?’라며 괜히 더 욕심도 생겼어요.”
‘멋진 신세계’의 직전, MBC ‘21세기 대군부인’의 한다영 역을 통해서도 채서안은 ‘밉상 새언니’를 연기하며 이미지 변신에 다리를 놓았다. 그는 “선역과 악역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지만, 악역을 한다면 더 못되게 할 준비도 되어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때 연기를 그만둬야 할지, ‘폭싹 속았수다’ 공개 전 고민도 깊게 했다는 그는 흥행 3연타에 성공하며 배우 인생의 전환점도 맞았다. 그는 “평소의 나를 좋은 에너지로 채워가면서 그걸 촬영을 준비하는 기간, 임하는 기간에 잘 써보자는 생각이 든다”며 “연기적으로도 더 많이 성장한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다음에 어떤 작품을 만나더라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당분간은 ‘학씨부인’이 아닌 ‘모태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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