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전국 255개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한 국내 최초의 관광도시 경쟁력 평가에서 '서울 송파구'가 종합 1위에 올랐다. 부산 수영구는 관광객 만족도를 반영한 매력도 부문에서 전국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여행·관광산업 전문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는 22일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 한라홀에서 미국 퍼듀대학교 CHRIBA 연구소,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와 함께 ‘한국 관광도시 경쟁력 평가 및 강화 방안’ 세미나를 열고 ‘한국 관광도시 경쟁력 지수(YCCI·Yanolja City Competitiveness Index)’를 처음 공개했다.
이번 지수는 기존의 행정자료 중심 평가와 달리 실제 관광객이 온라인에 남긴 반응을 분석해 도시 경쟁력을 측정한 것이 특징이다.
야놀자리서치는 바이브컴퍼니와 협력해 전국 255개 행정구역에 속한 관광지 2만9,336곳을 대상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 X(옛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수집·분석했다.
평가 체계는 ‘인지도·명성(Reputation), ‘매력도(Attractiveness) 등 두 축으로 구성됐다. ‘인지도·명성’은 온라인 언급량을 기반으로 도시의 주목도를 측정했고, ‘매력도’는 감성분석을 통해 관광객이 남긴 긍정 반응 비율을 평가에 반영했다. 인지도·명성은 많이 언급되고 관심도가 높안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힘'이고, 매력도는 '다시 오게 만드는 힘'으로, 이 두가지를 동시에 고려한 것이다.
그 결과, ▲종합 순위에서는 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등 대형 관광자원을 보유한 서울 송파구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부산 수영구가 2위, ▲서울 영등포구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부문별 평가에서는 ▲서울 종로구가 인지도·명성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경복궁과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등 역사문화 콘텐츠가 높은 관심도를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됐다.
매력도 부문에서는 ▲광안리 해변과 드론쇼, 야간관광 콘텐츠를 앞세운 부산 수영구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릉, 속초, 춘천, 경주, 전주처럼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유한 도시들이 대도시와 함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점도 주목할 만한 결과로 꼽혔다.
이번 결과는 관광도시 경쟁력이 단순히 유명 관광지 보유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접근성, 도시 브랜드, 체험형 콘텐츠, 관광객의 감성 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쟁력이 형성된다는 분석이다.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미국 퍼듀대학교 교수)은 "관광산업을 단순 서비스업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구 감소는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지방의 감소 속도가 수도권보다 훨씬 빠르다”며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격차는 최대 15배 수준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광산업은 지방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장 원장은 “외국인 관광객 1명이 한국을 방문하면 평균적으로 우리 국민 1명이 1년 동안 쓰는 소비액의 약 12.2%를 지출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환산하면 외국인 관광객 약 8.2명이 우리 국민 1명과 비슷한 소비 효과를 만들어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주 인구를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지방 도시 입장에서는 관광객 유치가 곧 외부 소비를 끌어들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관광객이 지역을 방문하면 숙박, 음식, 교통, 쇼핑, 문화 체험 등 다양한 분야로 소비가 확산되고, 이는 지역 상권과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 원장이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관광산업은 단순히 여행객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구 감소 시대에 지역 경제를 보완하고 국가 성장동력을 넓히는 산업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광도시 경쟁력 지수 왜 필요한가
장 원장은 관광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방문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관광객이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하며, 서울과 일부 대도시에 머물지 않고 지역 곳곳으로 확산되는 구조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1인당 소비액 증가, 체류기간 확대, 지역 분산, 재방문율 향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관광도시 경쟁력 지수는 각 도시가 관광객의 인식 속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략 지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도시 경쟁력 평가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어느 도시가 몇 위인지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지자체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관광자원이 주목받고 있는지, 관광객이 어떤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파악해야 어디에 예산 투자와 정책의 우선순위도 정할 수 있다.
결국 관광도시 경쟁력 평가는 지방소멸 위기와 내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진단 도구다. 관광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면 도시별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관광 전략을 세우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관광도시 경쟁력 향상 6대 전략 제시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관광도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향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이제는 단순히 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고 공유하는 체험형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관광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6대 전략으로▲고객 다변화 ▲관광도시 브랜딩 ▲관광지·관광상품 포트폴리오 최적화 ▲프로모션 효율화 ▲교통·정보체계 개선 ▲거버넌스 구축 등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좋은 관광자원이 많다고 자동으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관광자원이 도시 브랜드와 체류형 상품, 교통 인프라, 민관 협력 체계와 연결될 때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 경쟁력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 부산관광공사 이정실 사장, 한국관광공사 양경수 국제관광본부장, 한림대학교 윤은주 교수, 이즈피엠피 황광만 총괄대표, 놀유니버스 박성식 대외전략대표 등이 참여해 관광도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해외 마케팅과 지역 관광공사의 실행력, MICE 산업, 민간 플랫폼의 데이터와 유통망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장 원장은 “관광도시 경쟁력 지수는 각 지자체가 현재 위치를 진단하고 향후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전략 도구”라며 “매년 지수를 고도화해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균형 발전과 선진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