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이연주 기자] 정부와 금융권이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카드사로 몰려들고 있다.
시중은행이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신규 취급을 조이자 문턱이 낮은 카드론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고금리 카드론 잔액이 43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 상승 등 부실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물가·생활고에 은행 막히자…카드론 한 달 새 2705억 급증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국민·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43조253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수치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 여파로 일시 감소했던 카드론 잔액은 불과 한 달 만에 전월 말(42조9829억원) 대비 2705억원 늘어나며 다시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섰다.
카드론이 이처럼 불어난 핵심 원인으로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통제가 꼽힌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출 규제 기조에 맞춰 고삐를 죄자 자금줄이 막힌 차주들이 제2금융권으로 밀려난 결과다. 여기에 지속되는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거동이 어려워진 서민들의 생활자금 수요가 겹쳤고, 가정의 달 등 계절적 요인까지 맞물리며 카드론 잔액을 밀어 올렸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경기 둔화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서민들의 생활자금 수요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계절적 자금 수요와 차주들의 상환 규모 변화에 따라 잔액 등락이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최고 두 배 이상…리볼빙·대환대출 동반 상승 ‘비상’
문제는 카드론의 높은 금리 수준이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올해 4월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5% 안팎에 머문다. 반면 카드론 금리는 대개 연 10%대 중후반에 형성돼 있다. 은행에서 거절당한 차주가 카드론을 이용하면 최소 두 배 이상의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자금 사정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카드론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을 받아 갈아끼우는 대환대출, 결제대금 일부를 이월하는 리볼빙 잔액이 일제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당장 쓸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기존 대출을 돌려막기 위해 단기 유동성을 쥐려는 한계 차주가 그만큼 많아졌음을 시사한다.
카드사 다른 관계자는 “최근 카드론을 찾는 고객들은 생활비 마련, 기존 대출 상환, 긴급자금 확보 등 다급한 목적으로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며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제 이후 갈 곳 없는 고객들의 대체 자금 조달 수요가 유입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실화 현실화…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세 속 건전성 악화 우려
제1금융권에서 막힌 대출 수요가 카드사로 옮겨붙는 풍선효과는 향후 금융시장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고금리 대출 비중이 늘어날수록 차주가 제때 원리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결국 금융권 연체율 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경고등은 켜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0.83%를 기록해 전월 말(0.76%)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카드론 잔액이 사상 최대 규모로 누적된 상황에서 취약차주의 상환 능력이 한계를 드러낼 경우, 카드사 부실은 물론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할 우려가 적지 않다.
카드사 또 다른 관계자는 “향후 카드론 시장은 대내외 경제 여건과 가계 자금 수요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자산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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