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처음 도입한 점도표(dot plot)의 시장 영향력을 점검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통화정책 신호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향후 소통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화정책국은 다음 달 2일까지 '고빈도 데이터를 이용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효과 분석' 연구 용역 계획서를 접수한다.
이번 연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당일 발생하는 분초 단위 금융시장 데이터를 활용해 정책 신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공개, 총재 기자간담회 생중계,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 점도표 등을 통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왔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지난 2월부터 도입된 점도표와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는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이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점도표는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각각 향후 6개월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해 시장에 공개하는 제도다.
한국은행은 금리 스와프, 국채선물, 코스피200 선물 등 고빈도 금융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각 정책 신호가 시장 금리와 자산 가격에 미친 영향을 평가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소통 방식 변화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달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점도표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향후 금리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사실상 폐지했다.
시장과의 과도한 소통이 오히려 가격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역시 국제결제은행(BIS) 국장 시절 중앙은행의 과도한 신호 제공이 시장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 총재는 2017년 발표한 연구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중앙은행의 발언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금융시장 가격 형성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신 총재는 지난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점도표 제도 자체를 당장 바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현재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 반드시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역시 점도표를 폐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도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현 시점에서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달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여러 위원들이 정책 전환기에 시장 기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전환기에는 시장 기대가 정책 의도와 부합하도록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위원도 "정교한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고 공급 충격의 파급 효과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처럼 점도표를 폐지하거나 포워드 가이던스를 축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점도표 공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 효과를 검증하고 보완점을 찾는 것은 정책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점도표 공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신 총재 역시 정책 투명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금융시장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점도표와 같은 정책 신호가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