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브랜드 급성장에 화장품 제조사 최대 수혜
단순 제조 넘어 글로벌 규제 대응 파트너 진화
[포인트경제] 화장품 매대 전면에 붙은 화려한 브랜드 이름은 매달, 매년 빠르게 바뀐다. 그러나 반짝이는 조명 아래 무대 위 주인공이 끊임없이 교체될 때, 단 한 번도 무대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강력한 원동력이 존재한다.
글로벌 소비자가 어떤 인디 브랜드를 선택하든, 중심은 결국 그 제품의 핵심 제형을 개발하고 완성해 내는 생산 기지다. K뷰티 유행의 외형은 소셜 미디어를 장악한 신생 브랜드들이 이끌고 있지만, 산업 생태계의 실속을 챙기며 뿌리를 지탱하는 진짜 주역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셈이다.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AI 생성 이미지
업계의 양대 산맥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이러한 독보적인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나란히 '연매출 2조원 클럽'에 안착하며 산업의 주도권을 자신들에게로 완전히 끌어당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3000만달러로 전년(101억8000만달러) 대비 12.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 역시 101억달러로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출 대상국도 202개국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화장품 수출 순위에서도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랐다. 미국을 제치고 한 단계 상승한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K뷰티의 성장 여력과 시장 확대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한다. 실제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올해 4월 기준으로 한 달에만 10억달러를 처음 넘어섰고, 누적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37억달러를 기록했다.
인디 브랜드 전성시대…코스맥스·한국콜마 '지각변동' 주도
K뷰티의 글로벌 확산은 브랜드뿐 아니라 ODM 산업의 외형 성장으로 직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나란히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화장품 ODM 산업의 성장을 주도하는 중이다. 과거 화장품 시장이 대형 브랜드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인디 브랜드의 글로벌 성공이 이어지면서 ODM 기업들의 역할과 영향력이 대폭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국제 뷰티 박람회에 마련된 코스맥스 부스 전경. /코스맥스
실제 고객사 구조 변화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증명된다. 글로벌 1위 화장품 ODM 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코스맥스의 경우, 한국법인의 상위 20개 고객사 가운데 인디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40%에서 지난해 65%까지 급증했다. 코스맥스 고객사 중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이른바 '메가 브랜드'도 지난해 기준 56곳에 달한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최근 K뷰티의 성장은 오랜 기간 축적한 K뷰티 생태계가 서로 시너지를 낸 결과"라며 "우수한 R&D 역량을 갖춘 제조사와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하는 인디 브랜드, 글로벌 유통사가 동반 성장하며 시장을 확대해왔다"고 진단했다.
한국콜마 역시 매년 200개 이상의 신규 인디 브랜드 고객사와 협업하며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매년 200여개 이상의 신규 인디 브랜드가 당사와 함께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신규 협업은 물론 수출 관련 문의와 제품 개발 논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단순 제조 넘어 연구개발·글로벌 규제 파트너로 진화
ODM의 역할도 단순 위탁 생산에서 연구개발과 글로벌 진출 지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인디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국이 다변화되면서 현지 규제와 시장 수요에 맞춤형으로 대응해 주는 '원스톱 솔루션'이 ODM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코스맥스는 각국 규정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구축해 브랜드사의 해외 진출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스킨케어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혁신적인 제형과 PDRN 등 히트 성분을 적용한 K스킨케어 수요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다"며, 스킨케어가 메이크업 대비 수익성이 높아 사업 구조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쿠션 파운데이션, 립 오일 등 메이크업 제품에도 스킨케어 효능을 접목하는 기술 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콜마는 독보적인 선케어 기술력과 탄탄한 R&D 투자를 앞세운다. 국내 최초로 화장품 ODM 모델을 도입한 한국콜마는 매년 매출액의 약 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36년간 4800여개 고객사와 협업하며 축적한 처방 데이터와 규제대응 노하우를 바탕으로, 브랜드사들이 각국 시장 수요와 규제 환경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콜마는 2013년 국내 업계 최초로 미국 FDA OTC 인증을 획득하며 미국 선케어 시장 공략 기반을 마련했다.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자외선차단 전문 연구소인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를 설립해 현재까지 관련 특허 100여건을 확보했다. 화장품 ODM 업계 최초로 프랑스 BIPEA 주관 자외선차단제 국제 숙련도 시험에 합격한 데 이어, KOLAS로부터 국제 공인시험성적서 발급 자격을 획득해 세계 70개 이상 국가에서 통용되는 시험성적서를 자체 발급하며 글로벌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기지 영토 확장 경쟁 치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생산기지 구축 경쟁도 불이 붙었다. 코스맥스는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국내외 20여 곳의 생산기지를 가동 중이다. 올해 초에는 이탈리아 ODM사인 케미노바의 지분 51%를 인수하며 유럽 교두보를 마련했다. 연내 중국 상하이 신사옥과 태국 신공장 준공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인도네시아 신공장 완공 이후에는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35억개 수준에서 40억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기후와 문화, 인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제품으로 K뷰티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윤상현 콜마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콧타운십에서 열린 콜마USA 제2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콜마
한국콜마 역시 해외 생산 인프라 효율성 제고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2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북미 지역에서 연간 4억7000만개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한국콜마는 강력한 북미 생산 기지를 기반으로 현지 고객사를 적극 확보하는 한편, 북미 시장을 넘어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등 신규 신흥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며 수출국 다변화에 박차를 가할 전략이다.
빛나는 성과 뒤 과제…시장 다변화로 리스크 돌파
다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K뷰티 수출 호조 속에서도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디 브랜드 중심의 성장은 트렌드 변화에 따른 고객사 변동성을 키울 수 있고, 중국 시장의 회복 불확실성과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에 따른 초기 투자 비용 부담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미국, 유럽, 중동 등으로 글로벌 영토를 한층 다변화하는 펀더멘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자외선 차단제나 기능성 스킨케어처럼 진입 장벽이 높고 부가가치가 큰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역량을 모아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인디 브랜드 중심의 짧은 상품 주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의 다각화와 규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향후 ODM 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르는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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