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코스피 시장이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하며 8200선으로 주저앉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역대급 동반 매도세가 쏟아지며 시장 전체가 패닉 셀링에 빠졌고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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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 내린 8203.84로 장을 마감했다. 하락률은 무려 9.99%에 달한다. 장중 지수는 최고 9175.45를 기록한 이후 끊임없이 밀려 최저점인 8203.84에서 그대로 거래를 마쳤다. 반등의 기미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승한 종목은 상한가 4개를 포함해 50개에 불과했다. 하락한 종목은 859개에 달해 사실상 시장에 상장된 거의 모든 주식이 곤두박질쳤다. 보합은 13개였다. 전체 거래량은 4억 8371만 주를 기록했다. 거래대금은 59조 8623억 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수급 주체별 동향은 지수 폭락의 원인을 명확히 보여준다. 외국인과 기관의 무차별적인 매도 폭격이 시장을 짓눌렀다. 외국인은 하루 동안 4조 100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4조 5120억 원을 팔아치우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홀로 8조 5215억 원을 순매수하며 떨어지는 물량을 모두 받아냈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차익 거래에서 935억 원의 순매도가 나타났다. 비차익 거래에서는 무려 4조 6036억 원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전체 프로그램 매매는 4조 6970억 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기계적인 물량 출회가 극심했음을 증명한다.
주가 하락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자 주식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제도들이 일제히 가동됐다.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먼저 발동됐다.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코스피 지수가 8% 이상 폭락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결국 서킷브레이커마저 켜졌다. 두 가지 시장 안정화 조치가 같은 날 동시에 발동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극단적인 공포 심리를 그대로 대변한다.
시가총액 최상위권을 형성하는 반도체와 IT 대장주들의 타격이 뼈아팠다. 시총 1위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36만 4000원 내린 255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률은 12.47%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역시 4만 3500원 하락한 31만 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12.31%의 낙폭을 보였다. 두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12% 이상 동반 폭락하면서 전체 지수를 강하게 밑으로 끌어내렸다. SK스퀘어는 13만 8000원 하락한 183만 2000원에 마감하며 7.01% 떨어졌다. 삼성전자우는 2만 1500원 내린 20만 2500원으로 9.60%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삼성전기는 23만 8000원 하락한 199만 원을 기록해 10.68% 폭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이 모두 큰 폭으로 주저앉으며 지수 하락을 막아낼 동력은 시장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루 만에 지수가 10% 가까이 증발한 현상은 일반적인 조정 장세로 해석하기 어렵다. 외국인과 기관이 8조 6000억 원이 넘는 물량을 동시에 던진 것은 거시 경제의 심각한 뇌관이 터졌거나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암시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8조 원대 순매수는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린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외국인과 기관의 자본 이탈이 멈추지 않는 한 개인들의 자금만으로 하락 추세를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증시 주변의 대기 자금이 공격적으로 투입되었음에도 종가는 장중 최저점인 8203.84 부근에서 형성되었다. 매수 주체들의 힘이 철저하게 꺾였음을 시사한다.
향후 시장의 방향성은 철저한 안갯속에 놓여 있다. 서킷브레이커라는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종가 기준으로 낙폭을 전혀 만회하지 못했다. 시장의 투자 심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매도세를 촉발한 근본적인 불확실성이 우선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 당장 내일 장에서도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가중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주식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단적인 패닉 상태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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