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원짜리 사주풀이가 챗GPT 결과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기죄 논란이 일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역술가의 철학을 원했지, 챗GPT 답변을 원한 게 아닙니다.” 7만 원을 내고 받은 사주풀이가 인공지능(AI)의 결과물로 의심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표절 검사기에서 71%의 ‘GPT 의심’ 결과가 나오자 항의했지만, 역술가는 되레 화를 내고 이용자를 차단했다. 과연 AI를 이용한 사주 상담은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혹시 챗GPT?”...7만원 사주 상담의 배신
최근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고 있던 A씨는 인터넷에서 유명한 역술가를 찾아 사주풀이를 신청했다. 태어난 시간이 날짜가 바뀌는 경계에 있어 늘 다른 풀이를 들었던 터라, 이번에는 확실한 답을 얻고 싶었다.
총 7만 원을 지불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역술가의 말투와 채팅 속도, 특히 풀이 내용이 마치 챗GPT가 쓴 것처럼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결론 역시 “스스로 판단한 쪽이 맞다”는 애매한 말뿐이었다.
의심이 든 A씨는 해당 답변을 ‘GPT킬러’라는 AI 글쓰기 탐지 서비스에 넣어 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의심 문단에 대한 GPT 표절률이 무려 71%로 나온 것이다.
A씨가 “혹시 제가 오해하고 있다면 설명해 달라”며 검사 결과를 제시하자, 역술가는 아무 해명 없이 빈정대며 A씨를 차단해 버렸다. A씨는 “역학자의 철학을 토대로 인생에 대한 조언을 들으러 간 것이지 챗GPT를 돌려 나온 답변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기죄 vs 계약 불이행, 엇갈린 법률가들
A씨의 사례가 형사 처벌 대상인 ‘사기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박재천 변호사는 사기죄 성립 가능성을 열어 뒀다.
박 변호사는 “상대방이 사주풀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챗GPT의 답변만을 가지고 비용을 받은 것이라면, 사기죄의 성립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를 통해 수사가 진행되어 상대방이 사주풀이에 대한 어떤 지식이 있는지, 챗GPT의 답변과의 관련성 등을 확인하게 되면, 혐의 여부가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형사 고소를 통해 역술가의 전문성과 AI 사용 여부를 수사기관이 직접 밝혀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박성현 변호사는 형사 처벌은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 변호사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고의로 허위 사실을 말해 금전적인 이득을 취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이 형사 문제보다는 민사 문제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상담의 질에 대한 불만이나 표절 의혹은 사기보다는 계약 불이행이나 소비자 보호 관련 문제로 다뤄질 수 있다”며 “민사적으로 환불을 요구하거나 소비자 보호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표절률 71%, 사기죄 '결정적 증거' 될까?
법원은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는 ‘편취의 고의’가 있었음을 엄격하게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역술가가 ‘자신의 전문적 지식으로 직접 풀이한다’고 묵시적으로 약속하고도, 실제로는 AI가 생성한 답변을 제공해 A씨를 속였는지 여부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서비스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기망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GPT킬러’의 71%라는 검사 결과만으로는 형사상 유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본다. AI 탐지 도구는 참고자료일 뿐, 법원에서 결정적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상담 결과가 불만족스럽다는 주관적 감정만으로는 사기죄를 구성할 수 없다. 결국 역술가가 처음부터 A씨를 속여 돈을 가로채려 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할 추가 증거가 없다면,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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