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브로드웨이 진출 아이비 "한 우물 오래 팠더니 기회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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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브로드웨이 진출 아이비 "한 우물 오래 팠더니 기회 찾아와"

연합뉴스 2026-06-23 14:11:59 신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 주연…한국서 600회 연기한 '록시 하트' 역

8~9월 뉴욕 앰배서더 극장 공연…"영어 공부 매진, 미국 관객 마음 열겠다"

인사말하는 아이비 인사말하는 아이비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가수 겸 배우 아이비가 2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 배우 아이비 브로드웨이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6.23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뮤지컬 데뷔를 한 지 16년이 지났습니다. 나이도 많고 영어도 못하지만, '한 우물'을 오래 팠더니 이런 엄청난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 아이비(44)는 23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 소감을 전하며 "미국 관객의 마음을 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뮤지컬 '시카고' 미국 제작사로부터 제안받아 지난해 오디션에 참여한 결과 오는 8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미국 뉴욕 앰배서더 극장에서 열리는 '시카고'에 '록시 하트' 역으로 출연한다. 아이비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하게 됐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범죄자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가 유명 가수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30년간 1만2천회 이상 공연됐으며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했다. 한국에서는 신시컴퍼니가 2000년 처음으로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였다.

아이비, 뮤지컬 '시카고' 브로드웨이 무대 오른다 아이비, 뮤지컬 '시카고' 브로드웨이 무대 오른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가수 겸 배우 아이비가 2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 배우 아이비 브로드웨이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6.23 ryousanta@yna.co.kr

간담회에서 아이비는 "약 1년간 총 3차례에 걸친 긴 오디션을 봤다"며 "기다리면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해 거의 알리지 않고 혼자만의 긴 싸움을 했다"고 털어놨다.

오디션은 뮤지컬 대표 넘버 '퍼니 허니'(Funny Honey)와 록시의 독백 대사 등으로 진행됐다.

"발음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한국과 미국의 모음 발음 방식이 굉장히 달랐어요.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했고 억양도 수정했죠."

아이비는 4년 전에도 '시카고'의 브로드웨이 무대 진출을 제안받았으나 언어 장벽 등이 우려돼 이를 거절했다. 그는 "그때는 용기가 없었는데, 이번엔 '안 되더라도 실력은 늘 것'이란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영상 오디션을 준비하는데 제가 자꾸 틀리는 거예요. 모국어가 아니어서 입이 안 떼지는 상황이 자꾸 생겼어요. 너무 많이 틀려서 여러 번 하다 보니 영상 촬영을 지도해 주신 음악 감독님에게서 '합격 안 하면 가만 안 둔다'는 말도 들었죠."

그러나 브로드웨이의 프로듀서는 "노래·연기·춤 등 모든 재능을 갖췄으며 놀라운 발전을 보여줬다"는 평과 함께 그를 캐스팅했다.

뮤지컬 '시카고' 배우 아이비 브로드웨이 진출 기자간담회 뮤지컬 '시카고' 배우 아이비 브로드웨이 진출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가수 겸 배우 아이비와 박명성 프로듀서가 2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 배우 아이비 브로드웨이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6.23 ryousanta@yna.co.kr

사실 아이비는 '준비된 록시 하트'다. 이 배역으로 '시카고'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 지난 2012년 처음 출연한 후 2024년까지 여섯 시즌에 걸쳐 600회 가까이 무대에 올랐다.

"제가 한국에서는 록시를 가장 많이 맡은 사람인데 저에겐 대표 배역이 됐고, 점점 무르익은 록시를 보여드린 것 같아요. 록시가 힘든 일을 겪으며 스타의 꿈을 좇는 모습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는데 관객들이 공감해 주신 것 같아요."

다만 그는 "아무리 연습해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만큼 연기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화려함과 물질만을 좇는 현실을 풍자한 '시카고' 대사 중에는 비유나 은어가 많다. 또한 록시 하트의 대사에는 뮤지컬에선 이례적일 만큼 긴 독백도 포함돼 있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아이비는 현재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을 아홉 분 모셔서 비즈니스 영어, 무대 연기용 영어 등을 배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웬만한 학생보다 더 바쁘게 공부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토종 한국인'이라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워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발음은 완벽하지 않겠지만, 열심히 해서 '시카고'의 메시지를 제 대사나 노래로 전달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어요."

아이비는 이르면 다음 주 출국한다. 그는 "미국 관객이 한국 뮤지컬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한국 대표'라는 생각으로 좋은 인상을 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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