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23일 여덟 번째 회의를 열고 인상 수준 논의를 시작한다. 노동계는 시간급 '1만2000원'을 제시한 가운데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도 심의 기한을 넘겨 7월 중순까지 노사 간의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경영계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투표 결과 부결되면서 내년에도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23일 제8차 전원회의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 시작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를 시작한다.
앞서 지난 18일 열린 7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1만320원)보다 16.3% 오른 시급 1만2천원, 월 250만8천원(월 209시간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정부 출범 첫 해를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 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노동계는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요구액을 대폭 인상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시급 기준)과 전년 대비 인상률을 보면 2022년 9천160원(5.05%), 2023년 9천620원(5.0%), 2024년 9천860원(2.5%), 2025년 1만30원(1.7%), 2026년 1만320원(2.9%)이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자영업자 위기의 근본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다"라며 "플랫폼 기업의 높은 수수료, 가맹본사의 비용 전가, 과도한 임대료, 상권 쇠퇴 등 구조적 문제가 본질"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아직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소상공인의 어려움 등을 들며 동결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 연속 경영계는 동결을 첫 제시안으로 꺼내 들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이 모여 매년 결정한다.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수정안을 거듭하며 격차를 좁히는 방식이다. 작년 최저임금위에서 노사는 각각 10차 수정안까지 제시하며 인상률 차이를 좁혀갔고,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202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후인 6월 말이다.
최종 시한을 넘겼다고 해도 최저임금위는 남은 행정절차 등을 고려해 7월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후 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효력은 내년 1월 1일부터 발생한다.
업종별 차등 적용 최종 부결…내년에도 전 업종 동일
내년도 최저임금은 이전처럼 업종별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으나, 반대 14표·찬성 11표·무효 1표로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따라 2027년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 동일한 금액으로 적용된다.
이번 표결에는 근로자위원 9명 중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6명이 참여했다. 근로자위원 전원이 반대 입장을 보였고, 공익위원 6명이 이에 동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계는 숙박·음식업 등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 대해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식·외국식 음식점업, 김밥·간식용 음식점 등 3개 업종을 시범 적용 대상으로 제시하며, 인상률을 일반 인상률의 절반 수준으로 제한하고 업종 간 격차는 최대 10% 이내로 두자는 안을 내놨다.
사용자 측은 "숙박·음식업 등에서는 최저임금이 중위임금 대비 70~80% 수준에 달한다"며 "영세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은 노동자 차별을 제도화하는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민주노총 이미선 부위원장은 "본질은 최저임금 삭감"이라고 지적했고,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자영업 위기의 근본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플랫폼 수수료, 가맹본사 비용 전가, 임대료, 상권 쇠퇴 등 구조적 문제"라고 반박했다.
공익위원들도 해외 사례가 드물고 효과 검증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차등 적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경총 "한국 최저임금 G7 평균보다 많아"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주요 7개국(G7) 평균보다 높지만, 노동 생산성은 여전히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1일 발표한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 연간 환산액이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 G7 평균보다 6.4% 많다고 밝혔다. 세후 기준으로는 G7 평균보다 17.9%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경총은 OECD 지적을 인용해 "최저임금 정책 효과성은 근로자의 실제 수령액에 좌우되는데,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2%로, 적정 상한선인 60%를 넘어섰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도 52.7%로, IMF가 고용 충격 기준으로 제시한 35%를 크게 상회했다.
최근 10년간(2015~2025년) 명목임금과 소비자물가는 각각 39.6%, 22.9% 상승했지만, 최저임금은 79.7% 올랐다.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의 법적 최저임금 인상률은 115.9%에 달했다.
반면 한국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5.2달러로, G7 평균(80.2달러)의 68.8% 수준에 그쳤다.
최저임금 미만율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은 12.4%로, 2001년(4.3%)의 3배 수준이다. 미만 근로자 수는 57만7천명에서 276만9천명으로 급증했다.
경총 하상우 이사는 "2027년 최저임금은 단일 기준으로 결정되는 만큼, 숙박·음식업과 5인 미만 사업장 등 어려운 업종을 기준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 87% "현재 최저임금 부담 커"…38% '고용 축소'
소상공인 10명 중 8명 이상이 현행 최저임금(시급 1만320원)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커피숍(92.9%) ▲이·미용실(91.7%) ▲기타 도소매업(91.1%) 순으로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응답했다. 고용원이 있는 사업체의 92.7%, 고용원이 없는 사업체의 88.3%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밝혔다.
인건비 증가 대응책으로는 '고용 축소 및 신규 채용 중단'(38.4%)이 가장 많았고, 이어 ▲무인화·자동화 도입(32.9%) ▲근로시간 감소(21.9%) ▲가격 인상(17.6%) ▲투자 축소(14.0%) 등이 뒤를 이었다.
고용 유지를 위한 적정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54.7%가 '8,500~9,000원'을 꼽았으며, '9,000~9,500원'은 22.5%, '8,500원'은 18.8%였다.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74.9%로 가장 많았고,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은 23.6%, '올라야 한다'는 의견은 1.6%에 그쳤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들은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1만원이 넘는 인건비까지 짊어져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며 "생존과 고용 회복을 위해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일자리안정자금 신설 등 정책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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