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한 프리미엄 약국은 오전 시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의 손에는 제품을 담은 바구니가 각각 들려 있었다. 'PDRN'이라고 적힌 재생크림 진열대 앞에서 제품을 들고 성분표를 확인하던 한 외국인은 스마트폰 번역 앱을 구동해 약사에게 사용법을 묻기도 했다.
성수동에서 근무하는 한 약사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약국이 마치 필수 쇼핑 코스처럼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수동에 약국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관광 코스로 'K-약국'이 떠오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소비액은 2조122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용 시술 후 약국에서 재생크림 등을 구매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약국 소비는 전년 동월 대비 206%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성수2가1동(1만5249%)·성수2가3동(2877%) 등 성수동 일대 프리미엄 약국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날 찾은 성수동 일대는 골목마다 약국이 자리해 있었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약국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약국을 찾는 외국인 중 상당수가 피부 재생과 여드름 치료제, 색소 관련 의약품을 구매한다고 했다. 성수동의 한 대형 약국 약사는 "PDRN이나 EGF 같은 재생 제품이 압도적이고, 여드름이나 색소 침착 제품도 꾸준히 찾는다"고 말했다. 인공눈물, 파스, 립밤, 구충제 등도 꾸준히 판매되는 품목들이고, 여름을 맞아 선크림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관광을 온 외국인들이 약국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는 의약품에 대한 신뢰를 첫손에 꼽았다.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제조·검수 과정이 까다로워 품질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사에게 주름, 기미, 피부 재생 등 구체적인 피부 고민을 먼저 설명하고, 제품을 추천 받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한 약국 관계자는 "입가 주름이나 눈밑 다크서클처럼 특정 부위를 지정해 제품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피부 상태나 고민을 설명하면 그에 맞춰 제품을 안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지켜본 결과 약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진열대를 오가며 제품을 비교하느라 머무르는 시간이 10분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풍경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동이나 홍대도 마찬가지였다. 명동에 위치한 약국의 약사는 "중화권 관광객이 가장 많고 싱가포르, 일본, 미국 관광객도 꾸준히 온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해당 약국의 고객 중 90%가 외국인이었을 정도다.
홍대 상권에서는 피부과 시술을 마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약국을 찾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시술 이후 관리를 위해 재생크림이나 연고를 구매하려는 수요다. 홍대 인근 약국에서 쇼핑을 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어떤 제품을 구매하려고 왔는지 묻자 대뜸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줬다. 제품 사진이 담긴 SNS 화면이었다. 성수와 명동 일대 약국에서도 많이 판매된 제품들로, 이미 중국 온라인 상에서는 유명한 제품이라고 했다.
홍대 상권에 위치한 약국 관계자는 "뷰티 관련 제품뿐 아니라 비타민,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과 다이어트 관련 제품으로 소비가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라겐이나 비타민C 성분 제품을 찾는 경우가 늘었고, 다이어트 제품은 여러 개를 묶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많게는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단위 구매도 있다"고 했다.
외국인들의 의약품·화장품 쇼핑이 늘면서 약국들도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외국어 가능 인력을 배치해 제품 설명을 하는가 하면 약사의 복약지도도 통역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에 나섰다. 일부 약국의 경우 내부를 전시 공간처럼 꾸미고, 캐리어를 끌고 온 관광객들이 잠시 들러 짐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한 약사는 "가이드들이 코스에 약국 방문을 넣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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