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신진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온 옥상팩토리가 2026년 기획공모전 ‘표면 산책자’를 오는 7월 1일부터 7월 1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설치미술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박정호 작가의 개인전으로, 도시 공간을 떠돌며 수집한 시각적 흔적과 이동의 경험을 드로잉, 구조물, 영상, 프로젝션을 통해 재구성한 작업을 선보인다.
옥상팩토리 기획공모전은 예술 현장에 진입할 기회와 인프라가 부족한 신진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2021년부터 매년 공개 공모를 통해 참여 작가를 선정해 왔으며, 현재까지 총 22회의 전시를 진행하며 지역 예술 생태계의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표면 산책자’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도시의 수많은 표면과 그 이면에 작동하는 질서를 탐구하는 전시다. 익숙한 공간에서 길을 잃고, 표면을 따라 이동하며, 다시 방향을 찾아가는 경험 속에서 관객들은 도시를 바라보는 또 다른 감각을 만나게 될 전망이다.
이번 전시는 박정호 작가가 구축해 온 ‘투사 기반 오브제’ 작업을 한 단계 확장하는 동시에, 현대 도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안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 제목인 ‘표면 산책자(Surface Wanderer)’는 작가가 도시의 지하 공간을 배회하며 경험한 감각과 시선을 반영한다. 지하철역과 광장, 백화점, 호텔 등을 연결하는 복합 지하 공간은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전체 구조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실제 공간의 구조보다 쇼윈도, 광고판, 디스플레이, 안내판과 같은 ‘표면’을 따라 이동하며 방향을 인식한다. 작가는 이러한 도시의 표면 질서에 주목하며, 길을 찾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시각적 단서들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가 코엑스를 비롯한 대형 지하 공간을 걷고 기록하며 채집한 이미지와 동선을 바탕으로 한다. 반복되는 통로와 우회, 머뭇거림, 방향 감각의 상실과 회복 같은 경험들을 드로잉으로 기록한 뒤 이를 3차원 구조물과 영상으로 확장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쇼윈도와 광고판, 통로의 형태를 재구성한 3D 오브제 위에 프로젝션 이미지를 투사하는 방식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박정호 작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투사 기반 오브제(Projection-Based Object)’라고 명명한다. 이는 단순히 영상이 구조물 위에 투사되는 형식을 넘어, 이미지와 물질, 빛과 공간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 장을 만들어 내는 작업 방법론이다. 관객은 여러 표면 사이를 이동하며 이미지가 특정 면에 머물거나 사라지고, 다시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도시 공간에서의 이동 경험이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시각적 표면과 정보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전시에는 신작 4점과 기존 작품 1점이 출품된다. 구작인 ‘새장(Cage)’(2025)은 닫힌 원형 구조 안에서 반복되는 도시의 동선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반면 이번 신작들은 지하 공간이 지닌 산발적이고 확장적인 흐름에 주목하며, 서로 다른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도시의 복합적인 이동 구조를 드러낸다.
박정호 작가는 조소를 전공한 뒤 Art and Technology 및 영상인터랙션 분야를 연구하며 드로잉과 구조물, 영상과 프로젝션을 결합한 설치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동 과정에서 포착한 시각적 단서를 드로잉으로 기록하고 이를 입체 구조물과 영상으로 전환하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개인전 ‘숨은 궤적’(2025, 부천아트벙커B39), ‘Stroke Drive’(2025, 라흰갤러리), ‘The Follows the Flow’(2024, CICA미술관)를 개최했으며, 국내외 다양한 미디어아트 전시에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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