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이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과거 건설 AI가 설계 자동화, 시공관리, 안전관리 등 현장 내부 효율화 수단으로 주목받았다면 최근에는 사업지 발굴과 인허가, 민간투자 시장까지 영향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공공 발주 감소와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AI가 건설사의 새 먹거리와 사업 방식까지 바꾸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민간투자 시장에서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철도 복합개발,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 인프라가 새 수주처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연평균 20조원, 총 100조원 규모의 민자사업 발굴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5년간 민자사업 규모가 연평균 14조원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약 43% 늘어난 규모다.
건설업계는 민자시장 확대가 수주 공백을 메울 대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전통적인 민자사업이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디지털·에너지 인프라로 사업 영역이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건설사 입장에서 단순 건축공사를 넘어 복합 인프라 사업으로 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부지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냉각 설비, 보안, 통신망, 운영 안정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전력망 확충과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배후 산업단지 조성 등과도 연결될 수 있어 건설사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존 주택·토목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려는 대형 건설사들에는 새로운 승부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최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민자시장은 전통적인 도로·철도 중심에서 데이터센터, 전력망, 에너지 인프라 등 미래 산업 기반시설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건설사들도 단순 시공 역량을 넘어 사업기획과 금융조달, 운영까지 아우르는 역량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 인허가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범정부 공공 AX 일환으로 ‘AI 기반 통합인허가 사전진단 서비스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건설사와 시행사들도 개발사업 속도와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사업지 인허가에 따라 소요기간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벌어질 수 있고 착공 시점과 금융비용, 분양 일정도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반 사전진단 서비스가 도입되면 개발 대상 토지의 용도지역, 건폐율, 용적률, 행위 제한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인허가 가능 여부뿐 아니라 가용 후보지 추천, 맞춤형 체크리스트, 예상 부담금, 소요기간까지 한번에 확인하는 구조다. 건설사로서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리스크를 걸러내고 가능성이 높은 부지를 선별하는 등 부지 발굴과 사업성 검토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발사업에서는 인허가 과정의 불확실성이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AI 기반 사전진단 서비스가 정착되면 초기 단계에서 사업 가능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시행사와 건설사의 의사결정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인프라 시장이 모든 건설사에 같은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는 기술력과 자금조달 능력, 운영 경험이 동시에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반 인프라 시장은 기술과 자본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대형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견·중소 건설사도 단순 시공 하도급에 머물지 않으려면 공동도급이나 전문 분야 특화 전략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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