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강산의 미술진흥법 쉽게 이해하기⑮에 이어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미술시장에서 사기죄가 문제되는 경우는 단순히 투자사기나 허위 수익보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의 진위(眞僞)와 가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정서 역시 사기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해당 작품이 진품인지, 위작인지, 어느 정도의 시장가치를 가지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감정인의 의견이나 감정서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그 감정서가 허위이거나 신뢰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면 거래의 전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미술진흥법 제15조 ⑥
미술품 감정업을 하는 자는 공정한 거래 및 유통질서를 조성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1. 미술품의 감정을 의뢰한 자나 다른 미술 서비스업자로부터 독립하여 공정하게 감정을 할 것
2. 허위 감정서를 발급하지 아니할 것
3. 자신이 소유ㆍ관리하거나 「민법」 제777조에 따른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자가 소유ㆍ관리 또는 유통시키는 미술품으로서 불공정한 감정을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미술품에 대하여는 단독으로 감정을 하지 아니할 것
4.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양식에 따른 감정서를 발급할 것
5. 감정에 따른 수수료와 실비 외에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그 업무와 관련된 대가를 받지 아니할 것
6. 감정 수주의 대가로 금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하지 아니할 것
그래서 미술진흥법 제15조 제6항은 감정업자에게 상당히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감정인은 의뢰인이나 다른 미술서비스업자로부터 독립하여 공정하게 감정하여야 하고, 허위 감정서를 발급하여서는 안 되며, 이해관계가 있는 작품에 대해서는 단독 감정을 할 수 없다. 또한 감정 수수료 외의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되고, 감정 수주를 위하여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이러한 규정은 단순한 행정상의 절차 규정이 아니다. 허위 감정서는 곧바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작임에도 진품으로 감정하거나 실제 가치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을 기재한 감정서를 발급하여 이를 믿은 사람이 작품을 구매하였다면, 그 감정서는 상대방의 착오를 유발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결국 구매자는 허위 감정서를 믿고 재산을 처분한 것이므로 사기죄의 구성요건과 연결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오랫동안 감정의 신뢰성 문제와 위작 유통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종래에는 별도의 자격 요건이나 감독 체계 없이 사실상 관행과 시장의 신뢰에 의존하는 구조였고, 이로 인해 허위 감정 분쟁과 위작 유통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미술진흥법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여 감정업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고 최소한의 공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현행 미술진흥법상 감정업은 별도의 국가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신고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감정업을 시작할 수 있고, 감정인의 전문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자격이 불분명한 감정인의 난립이나 부실한 감정서 발급으로 인한 분쟁 가능성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결국 미술진흥법이 감정업자에게 독립성과 허위 감정 금지 의무를 부과한 이유는 단순히 감정인의 윤리를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감정서는 작품의 가격과 거래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자료이며, 허위 감정은 곧 투자사기와 위작 유통, 나아가 형사상 사기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진흥법 제15조는 바로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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