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주말 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가 종영까지 8회를 남겨뒀다. 평균 시청률은 12~14%(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대로 전작 ‘화려한 날들’보단 살짝 아쉬운 수치지만, 성적표 그 이상의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풀려가는 30년 악연… 갈등보단 ‘화합’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이하 ‘사랑 처방’)은 30년 동안 악연으로 얽혔던 두 집안이 오해를 풀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결국 하나의 가족으로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담는다.
극중 공정한(김승수)과 양동익(김형묵)은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온 한의원을 물려받아 대립해 왔다. 두 집안의 갈등은 30년 전 공정한의 아버지 공기철(김창완)의 실종에서 비롯됐다. 당시 양동익의 어머니도 비슷한 시기에 행방불명되면서 “두 사람이 야반도주했다”는 오해가 생겼고, 양가는 서로를 원망하며 증오를 키웠다.
그러나 최근 공기철이 동네 주민인 조미향(윤복인)의 피습으로 기억을 잃고 감금당했던 진실이 드러나며 30년 묵은 갈등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미운 정이 더 무섭다고, 사실 두 집안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연대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서로를 용서해 가는 법을 배웠다. 시장 상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임시 동맹을 맺었다가 깨지기를 반복하는가 하면, 결국 술잔을 기울이며 “사실 네 실력이 부러워서 더 모질게 굴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공정한과 양동익의 화해 과정이 대표적이다.
◇ 소이현이 제시한 다양한 가족 형태
‘사랑 처방’은 삼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부터 재혼 가정, 입양 가정까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가족의 양상을 그려낸다. 양동익의 아내 차세리(소이현)는 새엄마지만, 의붓자식인 양현빈(박기웅)과 양은빈(윤서아)에게 핏줄보다 더 진한 모성애를 쏟아붓는다.
흔히 주말극이라고 하면 차세리가 한의사인 남편 양동익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식의 자극적인 막장 전개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차세리는 사실 온전한 가정에 대한 로망과 결핍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양 씨네 집안에서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다.
특히 양현빈과 양은빈을 마침내 친양자로 입양하게 된 순간, 그가 흘린 감격의 눈물은 진정한 모성애의 가치를 증명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최근 방송에서는 차세리가 결혼 전 낳은 친딸의 정체가 밝혀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양동익의 가족들은 차세리의 과거 상처까지 기꺼이 품어 안았다. 그의 딸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양딸 양은빈과 자매처럼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또 한 번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 유호정이 내리는 ‘사랑 처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성미(유호정)는 ‘사랑 처방’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핵심 인물이다. 그는 가정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차세리에게 ‘빈 둥지 증후군(자녀 독립 후 느끼는 심리적 공허함)’을 진단하며 “자신만을 위한 고급스러운 잔에 차를 마셔라”라는 다정한 처방을 건넸다. 실제로 방송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드라마를 통해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알게 됐다”며 공감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아울러 한성미는 부부 상담을 통해 통제적인 남편과 헌신적인 아내의 정반대 성향을 짚어내고, 차세리에게 “앞으로는 진짜 원하는 걸 말하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하며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갈등의 순간마다 한성미는 결정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며 결국 진정한 가족의 완성은 끊임없는 이해와 소통에 있다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강조했다.
22일 기준 ‘사랑 처방’ 자체 최고 시청률은 15.9%(42회)로, 내부에서는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 상승세를 그리는 만큼 20%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펀덱스 화제성 TV 드라마 부분에서도 5위에 오르며 기분 좋은 뒷심을 예고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랑 처방’은 과거 KBS 주말극의 영광에 비하면 시청률은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극의 진가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안정적인 성적과 화제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례를 남겼으며,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포용하며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익적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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