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탈모가 삶의 질과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치료 대상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논쟁도 거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탈모 치료용 전문의약품 공급액은 2022년 약 2164억원에서 2025년 약 2568억원으로 늘었다.
병원 진료비까지 포함하면 탈모 치료에 쓰이는 비용은 연간 2900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재정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25년 치료제 공급액을 기준으로 환자 본인부담률을 30%로 적용하면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1797억원으로 추산된다. 본인부담률을 50%로 높여도 약 1284억원이 필요하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에 찬성하는 쪽은 탈모를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닌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청년층과 경제활동 인구에게 탈모는 취업, 대인관계, 결혼 등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치료비 부담이 큰 만큼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정부도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공론화 논의가 예정돼 있다.
반대 측은 건강보험의 우선순위를 지적한다. 건강보험은 중증 질환과 필수의료 보장을 먼저 강화해야 하는데, 광범위한 탈모 치료까지 급여화하면 재정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탈모는 원형탈모, 흉터성 탈모, 안드로젠 탈모 등 원인과 중증도가 다양해 전면 급여화 시 대상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제도 설계의 핵심은 ‘누구에게, 어떤 탈모를, 어느 수준까지 지원할 것인가’다.
원형탈모처럼 면역 이상과 관련된 질환형 탈모와 노화·유전 요인이 큰 탈모를 같은 기준으로 볼지, 청년층·저소득층·중증 환자를 우선 지원할지에 따라 재정 규모와 정책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면 급여화보다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중증 원형탈모 환자나 저소득층, 사회활동 초기 청년층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치료 효과와 재정 소요를 확인한 뒤 대상 확대 여부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탈모 건보 논쟁은 단순히 약값을 지원할지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에 어디까지 공적 보장을 확대할지,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을 어떤 우선순위로 배분할지를 묻는 문제다.
향후 토론회에서는 질환 분류, 지원 대상, 본인부담률, 재정 추계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구재회 기자 / jaehoi@hntcontents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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