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2030년까지 K컬처 산업 규모 400조 원, 수출액 1,100억 달러 달성'이라는 거시적인 국정 과제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 문화창조산업(콘텐츠 산업)의 범주를 넓혀 관광, K푸드, K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산업까지 포괄한 수치다. 그러나 전체 수출 목표 1,100억 달러의 달성 여부는 결국 핵심 동력인 콘텐츠 산업이 '산업 규모 300조 원, 수출액 350억 달러'라는 이전 목표를 충분히 수행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 원대한 목표를 객관적인 지표로 환산해 보면 정책의 구조적 한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호서대학교 이준호 교수와 이원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30년 시장 규모 300조 원 달성에 필요한 연평균 성장률은 5.52% 수준이다. 이는 과거 7년간의 콘텐츠 산업 평균 성장률인 5.5%와 거의 일치한다. 적어도 시장 규모 목표만 놓고 보면, 특별한 정책 개입 없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성장 추세만 유지해도 도달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수출 목표다. 2023년 기준 151억 달러에 머물러 있는 콘텐츠 수출액을 350억 달러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연평균 12.24%의 폭발적인 성장이 담보되어야 한다. 최근 5년간의 연평균 수출 성장률이 6.9%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간극은 기존의 관성적인 지원 정책이나 자연 성장만으로는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불가능에 가까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는 게임산업에 있다. 게임산업은 콘텐츠 산업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K컬처 수출 목표의 달성은 게임 산업의 수출 성장 여부와 직결된다. 다른 콘텐츠 분야의 성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수출 총량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게임만큼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사실상 없다. 그러나 현재의 게임 산업은 이런 정책적 기대를 감당할 만큼 건전하지 못하다. 2023년 게임 수출 규모는 83억 9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6.5% 급감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역성장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의 경쟁은 극도로 심화되고, 고부가가치 콘텐츠의 확보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된 상황에서, 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감당해야 할 국내 중소형 게임사들은 증가하는 제작비와 자본 조달의 어려움에 부딪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산업의 붕괴를 막고 생태계의 허리를 재건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 중 하나가 조세지원 제도다. 조세지원 제도는 기업의 자본 사용자 비용을 직접적으로 낮추어 제작 투자의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행 조세지원 시스템은 게임 산업을 배제하는 기형적인 차별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콘텐츠 산업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조세지원 제도는 『조세특례제한법』 제25조의6(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및 제25조의7(내국법인의 문화산업전문회사에의 출자에 대한 세액공제)이다. 이 두 제도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OTT 등 영상 콘텐츠의 제작 및 투자에 혜택을 부여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93개의 영상 콘텐츠 법인이 약 319억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는 사이, 수출 1위인 게임 산업은 단 한 푼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
더욱이 전 산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이나 연구·인력개발비(R&D) 세액공제 제도마저도 전통적인 제조업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장기적 상시 고용과 유형자산 투자를 전제로 하는 조세지원 제도의 기준은, 프로젝트 중심의 외부 창작 인력 협업과 무형자산(IP) 투자가 주를 이루는 게임 산업의 특성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게임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가 신설될 경우 2025년 이후 5년간 게임 제작 투자가 1조 5,993억 원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관련 입법은 1년이 넘게 국회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국가의 장기적 수출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큰 짐을 감당해야 하는 용사에게 좋은 무기나 방어구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원 제도는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뉴비에게 지급하는 기본 무기와 방어구를 주면서 보스 몬스터 사냥에 나가라고 말하고 있다. 게임 산업에 대한 조세지원 제도의 편입은 단순한 혜택의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망가지고 있는 게임 산업의 허리를 보강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현장의 제작자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힐링 포션을 공급하는 일이다. 장밋빛 목표 수치의 제시는 그것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2030년 K컬처 1,100억 달러 수출 목표는 K게임에 대한 조세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중반룡(박형택)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침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 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게임을 주제로 연구하는 게임학 박사이기도 하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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