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자라던 ‘이것’, 이제 땅에서 키운다… 세계 120개국 식탁 휩쓴 한국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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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자라던 ‘이것’, 이제 땅에서 키운다… 세계 120개국 식탁 휩쓴 한국 음식

위키푸디 2026-06-21 2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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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김이 세계 시장에서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해양수산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김 수출액은 전년보다 13.7% 늘어난 약 1조 7000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한때 서구권에서 ‘바다의 잡초’로 불리며 낯설게 여겨졌던 김이 이제는 세계인의 간식과 식재료로 자리 잡은 셈이다.

수출국도 빠르게 늘었다. 10년 전 60여 개국이던 수출국은 현재 120여 개국으로 두 배가 됐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70%에 달한다. 한국산 김은 이제 밥반찬을 넘어 ‘바다의 반도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식품 산업의 주요 품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밥반찬에서 바삭한 간식으로 바뀐 김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김을 찾는 데에는 먹는 방식의 차이가 크다. 한국에서는 김을 밥과 함께 먹는 반찬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바삭하게 집어 먹는 간식으로 받아들인다. 열량이 낮고 미네랄이 들어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 식품 기업들은 이런 소비 방식에 맞춰 제품 형태를 바꿨다. 한 장씩 꺼내 먹는 조미김뿐 아니라 작은 스낵 형태의 제품도 내놨다. 맛도 소금과 참기름 중심에서 고추냉이 맛, 바비큐 맛, 치즈 맛, 불닭 맛 등으로 넓어졌다.

한국 드라마와 온라인 영상도 김 소비를 키웠다. 김밥을 먹는 장면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지면서 한국 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여기에 냉동 김밥과 김 스낵이 해외 대형마트에서 팔리며 김은 한국 식탁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퍼졌다.

일본·중국과 다른 한국식 가공 기술

한국 김밥용 김. / Hello_ji-shutterstock.com
한국 김밥용 김. / Hello_ji-shutterstock.com

한국 김이 일본과 중국 제품 사이에서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가공 기술이 있다. 일본 김은 대체로 두껍게 만들어 초밥용으로 많이 쓰인다. 질감이 단단하고 씹는 맛이 강한 편이다.

반면 한국 김은 용도에 따라 두께와 식감을 세밀하게 조절한다. 부각처럼 튀기거나 구워 먹는 제품은 두껍게 만들고, 조미김은 얇고 바삭하게 만든다. 김밥용 김은 얇으면서도 쉽게 찢어지지 않도록 만든다.

이 차이는 해외 시장에서도 드러났다. 냉동 김밥이 해외 대형마트에서 인기를 얻은 데에는 잘 터지지 않는 김밥용 김의 역할이 컸다. 밥과 속 재료를 감싸도 쉽게 찢어지지 않고, 해동 뒤에도 먹기 좋은 식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닷물 온도 상승에 흔들리는 김 양식장

SeonDeok OH-shutterstock.com
SeonDeok OH-shutterstock.com

수출은 늘고 있지만 김 산업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가장 큰 변수는 바닷물 온도 상승이다. 김은 차가운 물에서 잘 자라는 해조류다. 국내 물김은 보통 수온이 22도 아래로 내려가는 가을부터 봄 사이에 주로 채취한다.

문제는 남해안과 서해안의 바닷물 온도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물이 따뜻해지면 김을 기를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 수확 시기가 짧아지면 생산량도 줄 수밖에 없다.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지난 55년간 1.44도 올랐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학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100년에는 국내 김 생산량이 지금보다 60% 이상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남해안 일부 양식장은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땅 위에서 김 키우는 시대, 대기업 육지 양식 경쟁 본격화

기후 문제를 넘기 위해 식품 기업들은 바다가 아닌 육상 양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육상 양식은 바닷가 양식장 대신 땅 위에 큰 수조를 만들고, 그 안에서 김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맞춰 기르는 방식이다. 수온과 빛, 영양분을 조절할 수 있어 계절의 제약을 덜 받는다.

CJ제일제당은 오는 8월 충청남도 천안에 대형 수조와 배양 설비를 갖춘 육상 양식 시설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목표는 내년 상반기 가동이다. 풀무원도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연구소를 세우고 정부 과제와 연계한 시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술이 자리 잡으면 바닷물 온도와 계절에 덜 흔들리면서 김 원초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아직은 시설 비용과 대량 생산 기술을 더 다듬어야 하지만, 성공할 경우 한국 김 산업의 생산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바다에서 자라던 김이 공장형 수조에서도 길러지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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