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근현 기자 | 대한민국 방산의 한 획을 그을 ‘6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의 최종 주자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해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건조 및 장기 유지·보수·정비(MRO)를 포함해 무려 60조 원에 달하는 메가급 사업이다. 현재 대한민국(한화오션)과 독일(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숨 막히는 2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G7 정상회의 현장에서 지원 사격에 나섰던 이재명 대통령마저 “상당히 기대는 하고 있지만 낙관하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토로했을 만큼 현지 분위기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대한민국 방산 연합은 ‘압도적인 실물 전력’과 ‘신속한 납기’, 그리고 파격적인 ‘현지 산업 기여’를 전략적 카드로 꺼내 들었다. 한국 측은 이미 해군이 실전에 운용 중인 3000t급 도산안창호함을 캐나다 현지 바다에 띄워 승조원 탑승 및 연합훈련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기술력을 눈앞에서 증명해 냈다. 여기에 수주전의 당락을 가를 캐나다 내 ‘산업기여도’ 점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화오션을 필두로 대규모 경제 패키지를 투하했다. 한화오션은 현지 기업과 손잡고 연간 1200만t 규모의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구축에 참여하는가 하면, 캐나다 자동차부품협회(APMA)와 합작법인을 세워 K9 자주포와 천무 등 국산 명품 무기를 캐나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0여 개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연간 2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144조 원(94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을 견인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정부 역시 수소 트럭 공장 건설을 골자로 한 ‘비버 프로젝트’ 등 에너지를 아우르는 패키지 딜을 얹으며 캐나다 정부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반면 독일 TKMS는 강력한 ‘유럽 안보 동맹’의 결속력을 등에 업고 반격에 나섰다. 독일은 자사 모델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늦은 납기’ 문제를 나토(NATO) 우방국인 노르웨이와의 공조로 돌파했다. 노르웨이가 자국 해군용으로 선주문해 둔 잠수함 생산 순번을 캐나다에 양보하기로 합의하면서, 독일은 실물 잠수함이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음에도 첫 4척의 인도 시기를 2036년까지 당기는 데 성공했다. 비록 한국의 ‘2035년 인도’ 제안보다는 1년 뒤처지지만 격차를 바짝 좁힌 셈이다. 이에 더해 독일은 캐나다가 자국 잠수함을 선택할 경우 독일·노르웨이와 함께 북극해와 북대서양에서 총 24척의 잠수함을 공동 운용하자는 파격적인 동맹 작전을 제안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우방국과 정비 체계를 100% 공유해 장기 MRO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고, 북극해 안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다.
여기에 수주전 막판, 캐나다가 비유럽 국가 최초로 유럽 방산 공동 조달 금융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에 공식 참여하면서 독일 측에 커다란 정치·외교적 호재가 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이프는 유럽산 무기를 공동 구매할 때 장기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인 만큼, 캐나다의 참여가 독일 잠수함 도입의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이번 60조 원의 거대한 승부는 잠수함 자체의 사양을 넘어, 한국이 보장하는 ‘압도적인 경제적·산업적 실리’와 독일이 내세우는 ‘전략적 나토 안보 동맹의 가치’ 사이에서 캐나다 정부가 어느 쪽에 무게추를 두느냐에 따라 최종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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