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아침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시간, 골프 유망주 에스더 권(17·한국명 권은)은 연습장에 선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에스더 권에게는 매번 다시 꺼내 드는 과정이다.
에스더 권에게 연습장은 한때 낯선 공간이 된 적이 있었다. 수년 전, 골프를 처음 가르쳐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였다. 스윙의 기초부터 경기 운영까지 함께 만들어온 존재가 사라지면서, 익숙했던 루틴은 흔들렸다.
당시 클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공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흔들리는 시간을 겪었다. 그 시기를 버티게 한 것은 아버지가 남긴 한 마디였다.
“문제가 생기면 기본으로 돌아가라.”
에스더 권은 이 말을 되새기며 다시 연습장으로 향했다. 특별한 방법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쌓는 방식을 택했다. 흐트러진 리듬을 점검하고, 스윙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과정을 반복했다.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날에도 훈련을 이어갔다.
이후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현재 에스더 권의 곁에는 또 다른 조력자가 있다. 고인의 친구였던 최용욱 감독이다. 오랜 기간 투어 현장을 경험한 최 감독은 많은 지시 대신 필요한 순간에 핵심적인 조언을 건넨다. 바람의 방향, 코스 공략, 샷 선택 등 실전에서 요구되는 판단 기준을 짧게 짚어주는 방식이다. 설명은 길지 않지만,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한 판단이 더해진다.
두 사람 사이에는 특별한 설명이 많지 않지만 연습과 경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호흡이 이어지고 있다.
에스더 권은 최근 대회 출전 경험을 통해 실전 감각도 쌓고 있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플레이를 끝까지 유지하며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완성도 높은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안정감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세부적으로는 쇼트게임의 안정성이 향상됐고, 드라이버 비거리도 증가했다. 위기 상황에서 흐름을 유지하는 장면 역시 이전보다 늘어났다.
다만 보완 과제도 분명하다. 아이언 샷 정확도와 바람에 따른 구질 선택 등은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에스더 권은 성과보다 과정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연습에서 만든 감각을 실제 코스에서 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에스더 권은 연습장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샷을 반복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티잉그라운드 위에서는 결국 스스로 모든 판단을 내려야 한다. 에스더 권은 그 과정 속에서 경험을 축적해 나가고 있다. 수년 전 멈춰 섰던 자리에서 다시 이어진 시간. 에스더 권은 현재, 자신만의 리듬으로 그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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