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서 이란이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밝혔지만, 스위스에서 예정된 미국과 협상에는 참석했다. 미측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협정 진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보였으나 이스라엘은 미국의 철수 요구가 있더라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협상에 적잖은 난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베찰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이스라엘 주말 발행 매체 <마코르 리숀>에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에 설정한 '보안구역'에 앞으로 수년간 머무를 것이며, 미국의 명백한 철수 요구가 있더라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10년간의 국방 예산 관리를 두고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사람으로서 말씀드린다"면서 "미국 측이 우리의 레드라인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레바논에서 철수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이스라엘이 보안구역 내에 군 초소와 대규모 기지들을 구축해야 하냐는 질문에 "당연히 모든 것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헤즈볼라가 무장 해제할 때까지 그곳에 있을 것"이라며 "방어 가능한 국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무장 해제하기 전까지 우리는 단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총리와 국방장관, 그리고 저의 입장이며 우리는 이를 확고히 고수할 결의가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이 언급한 '보안구역'은 이스라엘이 다른 국가와 맞닿아 있는 국경선을 넘어 일정 지역을 점령하고 이를 '완충지대'로 만드는 것으로, 이스라엘은 지난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자국의 북부 지역과 접해 있는 레바논 영토 남부 지역을 보안구역으로 명명하고 통제해 왔다. 최근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교전이 이어지면서 이스라엘은 또 다시 보안구역 설정을 명목으로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고 있다.
이란 합동군사령부 카탐 알안비야가 20일 오후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하겠다고 밝힌 배경과 관련,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지역을 계속 공격하는 것이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양해각서(MOU)를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군사 충돌에서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점을 공언한 셈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미국과 카타르 중재 속에 지난 19일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후 이스라엘군(IDF)은 다시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강행했다.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20일 레바논 남부에서 전투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군의 고위 관리는 매체에 "IDF는 정치 지도부로부터 전투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IDF는 적극적인 공격을 감행하지 않고 있으며, 레바논 남부의 보안구역 내에서 방어적인 형태로만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군사적 충돌이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 후속 협의에 영향을 주면서 21일로 예정된 스위스에서의 회담에 이 문제가 첫 번째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미국 방송 CNN이 보도했다.
방송은 밴스 부통령이 스위스로 출발하기 전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재개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협상 진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회담이 1~2일 정도 이뤄진 것이라면서 "언론 보도와는 달리 상황은 호전되고 있으며, 긴장 고조 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황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측 관계자 역시 CNN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분쟁 종식이 "이란 대표단의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말했다. 이란 통신사 <ISNA>는 이란 측은 이번 스위스에서의 협상에 대해 이스라엘이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한 이란은 양해각서 이행을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이란 측이 ”이번 방문은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 목적이 아니다. 이란은 합의가 이행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관련 조항, 미국의 제재 해제 및 해외에 있는 이란 자산 동결 해제 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뷔르겐스토크(Bürgenstock)에서 열린 협상에 이란 측은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을 수석대표로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및 안보 고위 관계자, 중앙은행, 석유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측은 밴스 부통령과 함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을 중재했던 파키스탄 대표단도 이번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 공식 계정에서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이 협상이 열릴 스위스로 출국했다고 전했다. 외무부는 이번 협상에 또 다른 중재국인 카타르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 타니 카타르 총리의 참석을 예상했다.
한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밝혔지만 해협의 통항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20일 55척의 상선이 17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으며, 상선 운항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병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