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이면] 코로나 이후 첫 '정상 성장'…곳곳에 드리운 '불안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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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이면] 코로나 이후 첫 '정상 성장'…곳곳에 드리운 '불안한 균열'

아주경제 2026-06-21 15:04: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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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오랜만에 '정상 성장' 문턱에 올라섰다. 올해 2.6% 성장률을 기록하면 코로나19 이후 기저효과와 리오프닝 특수가 걷힌 뒤 처음으로 2% 중반대 성장세를 회복하게 된다. 2021년 4.7% 성장은 코로나19로 역성장을 기록했던 2020년의 기저효과 성격이 강했고, 2022년 2.9% 성장 역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한 리오프닝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컸다. 지난해 성장률이 2.0%에 그치며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졌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회복세는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수출은 올 4월과 5월 각각 800억 달러를 넘어섰고,코스피는 지난 18일 9000선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733억 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민간 소비와 투자도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앞서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전망한 2.6%보다 높은 2.9%로 점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설비투자와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는 연간 4.9%, 민간소비는 2.5% 증가해 최근 수년간 부진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봤다. 2020년 이후 이어졌던 경기 침체와 고금리 충격에서 벗어나 성장 엔진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성장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풍경은 사뭇 다르다. 경제 곳곳에서는 '균열'이 더 선명해지고 있다. 성장의 중심에 선 반도체 산업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석유화학과 건설업은 원가 부담과 수급 불안으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공급망 차질과 물류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제조업 안에서도 업종별 체감경기는 극명하게 갈린다. 

고용시장에서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수출과 증시는 웃고 있지만 청년층 일자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만명 감소하며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경제의 허리인 상용근로자 수는 1674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000명 줄어 1999년 12월 이후 26년 5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 부족을 호소하지만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 한파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도 심화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과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했고 시가총액은 6000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증시 훈풍이 소비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예전만 못하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주가가 1만원 상승할 때 소비 증가 효과는 130원(1.3%) 수준에 그쳤다. 미국과 유럽의 3~4%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주식 투자로 얻은 자본이득이 소비보다 부동산 시장으로 먼저 흘러가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무주택 가계는 주식 자본이득 중 약 70%가 부동산 투자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을 보유한 계층은 증시 상승의 수혜를 누리지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과거처럼 수출 호황이 내수와 소비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약해지면서 성장의 과실이 특정 산업과 자산 보유 계층에 집중되는 'K자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성장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면 '반짝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 한국 경제는 과거에도 특정 산업 호황에 의존한 성장 뒤 구조적 저성장 국면으로 되돌아간 경험이 적지 않다. 반도체가 이끌어낸 성장의 바통을 내수와 서비스업, 비반도체 제조업이 이어받지 못한다면 높은 성장률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향후 1~2년이 한국 경제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이달 초 한국 경제보고서에서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노동 공급 감소가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전망에 상당한 역풍(strong headwinds)이 되고 있다"며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9000선 돌파를 기념하며 축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9000선 돌파를 기념하며 축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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