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 대상 공모주가 단 한 주도 배정되지 않은 이른바 '0주 배정'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투자자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IPO 배정 구조와 국내 제도 한계, 해외 주관사의 배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IPO 인수단에 참여했지만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보유하고 있었다. 당초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정 규모의 배정 물량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으나 상장 직전 최종 배정 과정에서 한국 배정 물량은 '0주'로 결정됐다.
특히 최종 증권신고서상 230만주 배정 내용이 있었음에도 실제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단 한 주도 배정되지 않은 점을 두고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PO 시장에서는 최종 배정 권한이 대표주관사에 집중돼 있어 인수단 참여만으로 물량 확보가 보장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면서도 "최종적으로 0주를 배정한 배경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230만주 적시됐는데 결과는 0주"…골드만삭스, 코리아 패싱?
이번 사태는 한·미 IPO 제도 차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식 공모청약 구조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웠고, 사모 방식 청약과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청약 규모가 제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글로벌 자본시장이 철저히 자본 규모와 투자 수요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현지에서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기관투자자 자격으로 참여해 모건스탠리 주관 물량 270만주를 국내 청약자들에게 배정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률적 문제로 실제 배정은 이뤄지지 못했으며, 현재 기간 경과에 따른 이자 지급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6월 15일자 기사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IPO 물량을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뒤 투자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미래에셋은 약 5억달러 규모의 국내 청약 주문을 모았지만 최종 배정 과정에서 제외됐으며 "미국 대표 주관사가 최종 배정에서 미래에셋을 제외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회장이 "상당 규모 물량이 예상된다"는 취지로 언급한 내용이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배정이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망과 확약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수단 참여와 사전 협의 상황을 근거로 배정 가능성을 설명한 것과 최종 물량을 보장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자본시장에서 전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허위·과장 홍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해상충 논란에 대해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기존 투자자라는 이유만으로 기업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행위를 곧바로 이해상충 문제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은행이 투자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은 일반적인 업무 범위"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투자자 설명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일본은 가능한데 한국은 어려워"…해외 공모주 제도 한계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거래에서 골드만삭스, JP모건, 미즈호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함께 초대형 IPO 인수단에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금융회사의 글로벌 IPO 참여 자체는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사건이 개별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IPO 유통에 대한 제도적 기반의 문제라는 것이 IB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일본처럼 국내 투자자에게 해외 공모주를 판매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1989년 도입된 '비상장 공모(POWL)' 제도를 통해 해외 기업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지 않더라도 일본 투자자에게 공모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법·규제·시장 인프라를 갖췄다. 일본 증권사는 해외 공모주 청약 시 공모가와 배정 물량을 빈칸으로 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최종 조건이 확정되면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한다. 정정신고 후 거의 하루 이틀 내 효력이 발생해 해외 IPO 공급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진다.
반면 한국은 공시 일정과 증권신고 절차, 시장 인프라 등의 이유로 해외 IPO를 국내 투자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공급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시장에서는 향후 챗GPT 개발사인 OpenAI, Anthropic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IPO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투자자 보호와 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엔화 약세 국면에서도 스페이스X IPO 공모 참여가 가능했던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글로벌 IPO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투자자 보호 장치와 해외 공모시장 접근성 확대를 함께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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