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철마다 수도권 일대에 대량 출몰해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었던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가 올해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자체의 방제 노력에도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러브버그 목격 사례가 다시 늘고 있다.
인천 계양산 해발 100m 이하 지점에서는 지난 2일 성충 2마리가 처음 발견된 이후 13일부터는 100마리 이상이 관찰되면서 출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정 단어의 검색 빈도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 기준 러브버그 검색 지수는 지난 16일 100을 찍었고, 이용자가 발견 장소를 직접 제보해 출현 지역을 공유하는 '러브버그 지도' 웹사이트도 새로 등장했다.
해당 지도에는 19일 오전 기준 2,700여 건의 제보가 쌓였고 이 중 실제 목격으로 확인된 비율은 약 5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나타나는 기후 변화를 러브버그의 이른 출몰과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비가 내린 뒤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면서 알의 부화와 유충 성장 시기가 당겨졌다는 분석이다.
러브버그는 부엽토 등 썩은 나뭇잎이 있는 토양이면 어디든 서식할 수 있어 수도권을 넘어 향후 전국 도심 지역으로 서식지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70년에는 한반도 모든 지역에서 러브버그가 확산할 것으로 예측한 국내 연구도 있다. 당국은 올해 러브버그가 오는 15일부터 29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출몰하고 특히 24일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러브버그가 해충이 아닌 익충으로 분류돼 살충제로 적극 방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러브버그 유충은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은 꽃가루를 옮겨 생태계 순환에 기여한다.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아 직접적인 건강 피해는 없지만, 수천에서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건물 외벽이나 차량, 보행자에게 달라붙어 심한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살충제 대신 포집기 설치와 친환경 방제제 살포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백련산과 불암산 등 19개 자치구 공원에 유인물질 포집기 1,300대를 추가 설치했으며, 은평구 백련산과 노원구 불암산 일대 1만 2,600㎡에는 친환경 미생물 방제제 '바실러스 투링기엔시스 이스라엘렌시스'(BTI)를 시범 살포했다.
지자체와 연구진은 지난 4월 말부터 계양산 일대에도 친환경 미생물 방제제를 살포하는 등 유충 단계부터 선제 방역을 진행했다.
지자체 방제에도 출몰이 잇따르자 시민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민간요법이 공유되는 등 자구책이 총동원되는 분위기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휴대용 송풍기나 선풍기 바람으로 쫓아내기, 식초나 레몬즙을 섞은 물 뿌리기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식초 섞은 물의 실제 효과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생태계에 이로운 익충이라 강제 박멸이 어려운 만큼, 당분간은 지자체의 친환경 방제와 주민들의 현명한 대처법이 맞물린 지혜로운 공존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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