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야 아프리카CDC 사무총장 "한국 등 국제사회 기여 중요"
(요하네스버그·서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성도현 기자 = "이번 에볼라 유행은 매우 심각하며 아프리카 대륙 차원뿐 아니라 긴급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국을 비롯해 국제사회 동반자들은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행동하는 연대'를 요청합니다."
아프리카 54개국이 가입한 아프리카연합(AU)의 보건기구인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아프리카CDC)의 장 카세야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신속한 에볼라 대응 지원을 호소했다.
카세야 총장은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현재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우간다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분디부조형 에볼라 유행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신속한 재정 지원과 기술 지원, 물류 및 전문인력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아프리카CDC에 따르면 현재 두 나라에서 지난달 15일 에볼라 발병이 선언된 이후 지금까지 보고된 에볼라 확진자는 900명을 훌쩍 넘었고, 이 가운데 200명 이상 사망했다. 특히 민주콩고 북동부 이투리주가 진원지 역할을 하며 대부분의 감염 사례가 집중되고 있다.
카세야 총장은 이번 유행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확산 속도를 꼽았다.
그는 "민주콩고 한 개 주 3개 보건행정구역에 국한됐던 유행이 불과 4주 만에 민주콩고 내 3개 주와 우간다까지 확산했다"며 "광산 노동자 이동, 국경 간 무역, 국내 실향민 이동 등이 감염 전파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늦은 감염자 발견, 접촉자 추적의 어려움, 허위정보 확산, 지역사회 불신, 의료체계 과부하 등이 통제를 어렵게 하는 주요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유행이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기존 자이르형 에볼라와 달리 분디부조형 에볼라는 승인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카세야 총장은 이에 따라 "감염자 조기 발견과 진단, 안전한 격리, 접촉자 추적, 감염예방관리, 지지 치료와 같은 전통적인 공중보건 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사회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격리와 접촉자 관리는 존엄성과 실질적 지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사람들은 충분한 정보와 식량, 물, 심리적 지원을 받을 때 방역 조치에 협조하지만, 강압적인 접근은 오히려 환자들을 의료체계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세야 총장은 식량 위기와 감염병 위기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영양실조는 면역력을 약화해 감염 위험을 높이고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며 "반대로 감염병 유행은 시장과 생계, 농업, 무역, 기본 서비스 접근성을 악화시킨다"고 염려했다.
이어 "격리나 접촉자 추적에 협조해야 하는 가정은 음식과 물, 정보, 보호를 함께 필요로 한다"며 "보건·영양·식수·위생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CDC는 국경 폐쇄보다는 감시체계 강화를 통한 에볼라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카세야 총장은 "전면적인 국경 폐쇄는 생계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방해하고 오히려 비공식 이동 경로를 늘려 감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동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통제되고 모니터링되는 이동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출입국 검역, 공동 위험평가, 국가 간 정보 공유, 국경 지역 보건당국 협력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카세야 총장은 소개했다.
최근 미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감염병 데이터 제공을 조건으로 지원을 연계하려 한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는 "데이터 공유는 생명을 구하지만, 반드시 신뢰와 상호성, 윤리,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신들의 보건 데이터와 병원체 샘플, 유전체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소유권과 의사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며 "아프리카 기관은 단순한 데이터 제공자가 아니라 동등한 과학적 파트너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지금 가장 시급하게 지원해야 할 분야로는 진단 장비와 실험실 시약, 개인보호장비(PPE), 감염예방통제 물품, 식수·위생 인프라, 치료·격리시설 등을 꼽았다.
또 역학조사관과 진단 실험 전문가, 의료진, 감염예방 전문가, 위험소통 전문가 등 전문인력 지원도 필요하다고 카세야 총장은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국제사회는 신속한 재정 지원과 실험·진단 역량 강화, 디지털 감시체계 구축, 교육훈련 등을 통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지원은 국가 보건 시스템을 강화하고 현지 대응 인력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에볼라 유행은 긴급한 대륙적·국제적 지원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제사회의 행동하는 연대"를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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