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유영국 탄생 110주년 기념 역대 최대 규모 추상미술 회고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소리와 로봇의 움직임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다룬 미디어아트.
- 서울공예박물관: 신당창작아케이드 젊은 작가들이 기물의 익숙한 기능을 비튼 공예 전시.
- 국립현대미술관: 1990년대 전후 한국 현대미술의 개념적 흐름을 사유하는 개념미술전.
- 국립중앙박물관: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태국의 역사와 예술을 소개하는 대규모 특별전.
장마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실내 나들이를 계획한다. 카페와 영화관도 좋지만, 빗소리를 뒤로하고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미술관은 이 계절에 유독 잘 어울린다. 강렬한 색으로 산을 그린 유영국의 회고전부터 로봇과 소리가 움직이는 미디어아트, 익숙한 공예품의 형태를 비튼 쇼윈도 전시, 한국 개념미술의 흐름, 국내 최초의 대규모 태국미술전까지. 비 오는 날 서두르지 않고 보기 좋은 서울 곳곳의 전시 다섯 편을 골랐다.
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현장 유료 오디오 가이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방송인 피터 빈트(Peter Bint)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시작한 ‘한국 근대 거장전’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자, 유영국을 다룬 전시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미공개작을 포함한 회화와 부조, 사진, 드로잉, 아카이브 등 17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는 그의 첫 개인전이 열렸던 1964년에서 출발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다시 생애 후반으로 나아간다. 도쿄 유학 시절의 아방가르드 실험과 신사실파 활동, 1960~1970년대 기하학적 추상, 자연과 내면이 하나로 포개지는 후기의 ‘심상 추상’이 그 안에서 이어진다.
유영국에게 산은 실제 풍경을 옮겨 그린 대상이 아니었다. 고향인 경상북도 울진의 기억이면서 점과 선, 면과 색으로 다시 세운 내면의 구조에 가까웠다. 강렬한 원색과 단단한 형태 앞에 오래 머물다 보면, 익숙한 산이 얼마나 낯선 추상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1시에는 현장 선착순 20명을 대상으로 도슨트가 진행된다.
2.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권병준: 내 마음속에 너는》
전시 기간 동안 로봇들이 선보이는 공연은 총 1,534회, 회차당 약 10분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seoulmuseumofart)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권병준: 내 마음속에 너는》은 소리와 로봇, 움직임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상상하는 전시다. 권병준은 1990년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시작해 사운드 엔지니어와 하드웨어 연구자, 미디어아티스트로 영역을 넓혀왔다. 2024년에는 로봇과 입체음향을 결합한 작업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로봇은 정확하고 효율적인 기계와 거리가 멀다. 조심스럽게 외나무다리를 건너거나 몸을 낮춘 채 느리게 움직이며, 때로는 인간보다 더 불안하고 연약해 보인다. 권병준은 이러한 움직임에 소리와 이야기, 공간의 감각을 교차해 로봇을 단순한 장치가 아닌 하나의 등장인물로 바꾼다.
이번 전시는 북서울미술관의 연례 전시 중 하나인 어린이⁺ 전시로, 어린이의 시선에 맞춘 기획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전시 기간에는 정해진 시간마다 로봇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2027년 5월 16일까지 이어지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3. 서울공예박물관《공예동행@쇼윈도 #3. FUNCTIONAL MUTATION: 기능적 돌연변이》
‘공예동행@쇼윈도’는 공예작가들이 직접 제안한 콘텐츠를 쇼윈도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서울공예박물관의 시민 소통 공예프로그램이다. / 출처: 서울공예박물관 인스타그램(@seoulmuseumofcraftart)
안국역 인근에 있는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공예동행@쇼윈도 #3. FUNCTIONAL MUTATION: 기능적 돌연변이》가 열린다. 서울공예박물관과 서울문화재단이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젊은 공예작가들과 협력한 전시로, 이번 전시에는 임재현 도자 작가와 금속공예를 기반으로 3D 프린팅·옻칠을 결합하는 안은경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주전자와 그릇처럼 쓰임이 분명한 사물에서 출발한다. 임재현과 안은경은 익숙한 기물의 구조를 완전히 지우는 대신, 그것을 길게 늘이고 과장되게 확장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비튼다. 그 결과 작품은 무언가를 담거나 따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사용법은 쉽게 짐작되지 않는 형태로 변한다.
물건의 기능은 남아 있지만, 그 기능은 더 이상 익숙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주전자의 몸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고, 주둥이가 예상 밖의 방향으로 뻗어 나가며, 손잡이가 손에 편안히 잡히지 않는 식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정작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는 알 수 없는 상태. 익숙한 사물이 낯선 형태로 변해가는 순간을 관찰할 수 있다. 6월 17일 개막한 이 전시는 7월 12일까지 진행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4. 국립현대미술관《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전시를 한국미술 연구 기반 기획전의 하나로 소개하며, 김범의 1995년작 〈무제〉 등을 출품작으로 공개했다. /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mmcakorea)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는 1990년대를 전후로 한국 현대미술에 나타난 개념적 경향을 살펴보는 전시다. 완성된 작품의 외형보다 그 안에 담긴 생각과 언어, 행위와 맥락에 주목하며, 미술이 ‘보는 대상’에서 ‘사유의 대상’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전시는 개념미술을 하나의 고정된 사조로 설명하기보다, 1960년대 말 실험미술부터 1990년 전후의 사회·정치적 변화 속 작업들까지 폭넓게 다룬다. 전시 제목에 괄호로 들어간 ‘아니’는 무엇을 개념미술이라 부를 수 있는지, 그 분류가 정말 유효한지를 되묻는 장치처럼 읽힌다.
작품의 외형보다는 개념미술이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야 하는 전시인 만큼, 비 오는 날 시간을 넉넉히 두고 살펴보기에 적당하다. 전시는 6월 19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린다. 수요일과 토요일 야간개장 시간대,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5. 국립중앙박물관《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
이번 전시는 태국 전역의 21개 국립기관에서 출품된 작품을 포함해 조각, 회화, 공예 239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특별전이다. /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태국의 역사와 미술을 대규모로 소개하는 특별전이다. 태국 전역 21개 국립기관에서 출품한 작품을 포함해 조각과 회화, 공예 등 214건 239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선사시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지는 긴 시간대를 통해 태국미술이 형성된 과정을 살펴본다.
동남아시아 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태국은 여러 민족과 종교, 교역 문화가 오간 길목이었다. 13세기 이후 타이족이 세운 왕국들이 번영했고, 왕실과 불교를 중심으로 지역마다 서로 다른 미술이 발달했다. 수코타이 시대의 대표작인 〈걷는 부처〉를 비롯해 태국 특유의 유연한 신체 표현과 금빛 장식, 종교와 일상이 만나는 공예품을 함께 볼 수 있다.
야시장, 혹은 휴양지로만 태국을 기억해왔다면, 여행지의 이미지 뒤에 놓인 역사와 미감을 먼저 만날 기회다. 전시는 6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1에서 열린다. 개막일인 6월 23일부터 30일까지는 무료이며, 이후 관람료는 성인 8천원, 청소년 6천원, 어린이 4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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