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법원, 선관위와 헤어질 결심해야"…겸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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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 "법원, 선관위와 헤어질 결심해야"…겸직 비판

이데일리 2026-06-20 14:51: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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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광주지법 현직 판사가 전국 시·도 선거관리위원장을 법관이 맡아온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법원과 선관위가 이제는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기현 광주지방법원 형사6단독 판사는 20일 법조매체에 기고한 ‘선관위와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직을 그만둘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선거관리는 선관위가 스스로 책임지고, 법원은 판단하는 본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선거관리위원장 자리는 각 지역 지방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가 맡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차 판사는 이 관행을 손보자는 말이 법원 내부에서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화두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제 제기에 나섰다. 그는 중앙선관위와 시·도, 시·구·군 선관위원장 자리를 모두 합치면 약 270개로, 전체 판사의 8%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밝히며 “어쩌면 나에게도 올 수 있는 자리를 우리 스스로 내려놓자는 말”이라고 했다.

글의 핵심은 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현재 구조가 실질적인 통제 기능 없이 형식적인 결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 판사는 한 부장판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지역 선관위 직원이 결재를 받으러 와서 몇 가지를 물었더니 “디테일한 것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니 참 감사하다. 전임 위원장님들은 그냥 도장만 찍으셨는데”라는 답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차 판사는 이를 두고 “선관위 직원의 무례라기보다 구조적 무관심일 것”이라며 “법관은 법률 전문가이지 선거관리 행정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는 후보자 등록부터 선거운동 단속에 이르기까지 선거 사무의 세세한 내용을 비상근으로 위원장직을 수행하는 법관이 일일이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실무는 선관위가 모두 갖고 법관인 위원장의 이름은 단지 결재 서류 첫 장을 장식하는 용도”라며 “이 구조로는 결재는 통제가 아니라 의례”라고 비판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또 “법관의 도장이 실질 심사 결과가 아니라 절차의 마침표로 소비된다”며 “권한은 없는데 사고가 터졌을 때만 법관이 책임을 지는 구조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적었다.

다만 차 판사는 법관 선관위원장 제도가 그동안 선거관리의 중립성에 기여해온 측면 자체는 인정했다. 그는 “법관이 그간 선관위원장을 맡아온 이유는 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중립성이 선거관리 신뢰를 보태왔기 때문”이라면서도 “그 신뢰를 무한히 빌려 쓸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가 특히 문제 삼은 대목은 선거 관련 사건이 결국 다시 법원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차 판사는 “선거 관련 분쟁이 법원에 올 때마다 법원과 선관위의 관계가 의심받는다면 이는 신뢰를 소모하는 일”이라며 “선관위원장이 법관인데 선거법 사건을 다시 법관이 판단하는 모양새는 아무리 설명해도 개운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선거관리에서 도망치자는 뜻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선거관리는 선관위 스스로 책임지고 법원은 판단하는 본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은 “이제는 서로를 위해 헤어질 결심을 할 때”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지난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는 중앙선관위에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등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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