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정부가 ‘모두의 창업’ 정책을 내세우며 창업을 장려하고 나선 가운데 폐업자는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의 창업 지원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폐업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중소기업 승계 문제까지 겹치면서 자영업과 중소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지난해 발표된 국세청의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폐업자 수는 100만8282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직전 해인 2023년보다 2만1795명 늘어난 것으로, 폐업 이유로 ‘사업부진’을 꼽은 비중은 48.9%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신규 사업자 수는 2020년 이후 꾸준히 감소세인 반면 폐업 사업자 수는 2022년 증가 전환해 100만 명을 넘은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2018년 신생기업 중 2023년까지 생존한 기업의 비율(5년 생존율)은 36.4%로 OECD 평균(45.4%)을 크게 밑돌고, 음식점·숙박업종은 5년 내 10개 중 8개꼴로 문을 닫는다.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 연체 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전체 대출은 1092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조1000억원 늘었다. 차주 수는 3만 명 줄었지만 1인당 평균 대출은 3억4000만원으로 1년 새 1000만원(2.9%) 더 불었다. 전체 자영업자의 12.6%인 40만4000명은 다중채무에 저소득·저신용까지 겹친 취약 차주로, 이들이 안고 있는 대출만 114조6000억원에 달한다.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1.86%로 장기평균(1.58%)을 웃돌고, 비은행권(3.64%)과 취약 자영업자(12.14%)로 갈수록 급등했다.
12.3 비상계엄에 이어 고환율·고유가 등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도 겹쳤다.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선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수입 식재료·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00%대 급증한 반면 이를 제외한 산업 전반이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5년 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673개의 영업점이 문을 닫으며 정책자금 접근성마저 낮아졌다.
단순 창업 실패를 넘어 잘 버텨온 중소기업들이 승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폐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실태조사에서 국내 제조업 분야의 대표자 중 44.8%가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향후 10년 안에 승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기업이 전체의 40%를 넘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후계자 부재로 지속경영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약 67만5000개로 추산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거래처망·숙련 인력이 한꺼번에 소멸하는 데다가 중소기업과 사업을 진행하는 대기업으로까지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5, 6 70대 연령의 대표자 기업들 중 53% 정도를 차지하는 41만 개 기업이 매년 문을 닫고 있다”며 “기업의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기술력이 보존되고 전체적인 공급망 안정성이 강화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은 입구와 출구 사이에서 뚜렷한 비대칭을 보인다. 2026년 창업·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3조4645억원으로, 111개 기관이 508개 사업을 운영한다. 예비창업부터 초기 사업화, 3~7년 스케일업, 해외진출까지 단계별로 구성됐다. 반면 폐업 지원은 사실상 희망리턴패키지 하나에 집중돼 있다. 점포철거비(최대 600만원), 법률자문, 채무조정을 하나로 묶었지만 예산이 소진될 경우 선착순 마감되기도 한다.
서강대 경영학과 임채운 교수는 “폐업 과정에서의 지원을 넘어 폐업 후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며 “폐업 뒤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생계가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재취업 혹은 재창업 등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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