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영어 10배 활용하기[최기훈의 외국계기업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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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영어 10배 활용하기[최기훈의 외국계기업 생존기]

이데일리 2026-06-20 08:10:28 신고

3줄요약
외국 생활 경험없이 외국계 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내 기업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뒤 30대 후반에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 고위 임원까지 지낸 금융인은 흔치 않다. 저자가 들려주는 외국계 기업의 문화와 업무 방식, 그 안에서 부딪히고 배운 생생한 장면들은 외국계 기업 취업과 커리어 전환에 관심 있는 2030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최기훈 아자스쿨 이사] “이번 주 아시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컨퍼런스 콜에는 누가 참석하는 것이 좋을까요?” 부서장이 이렇게 던지면 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피하거나 그냥 웃으면서 거절의 뜻을 나타내곤 한다. “김 과장님이 참석하셔서 한국 상황 업데이트 발표하실래요? 질문에 답변하는 것은 저도 함께 도와 드리겠습니다”고 하면 “아직 조금 부족해서 요즘 열심히 영어 공부하고 있으니 하반기부터는 할게요”하면서 피하는데 막상 하반기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계속 영어 회화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방법도 다양해서 학원에 다니기도 하고 영자신문이나 영어 뉴스 방송을 활용하기도 한다. 전화 또는 화상으로 원어민과 대화하는 코스도 많고 스마트폰 학습 앱이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할 수도 있다.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영어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되면 어려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가장 큰 원인은 영어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부하는 영어와 실제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영어가 다루는 내용이 달라서다. 학원에서 다루는 내용은 특정한 산업이나 전문 분야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처음 만나 인사하기, 교통편이나 호텔 이용, 쇼핑, 회의나 토론에서 사용하는 표현 등을 다룬다. 게다가 1:1로 진행되는 전화영어나 화상영어 학습 시간에는 날씨, 기분, 어제 뭐했는지, 주말 계획은 뭔지 등 잡담 수준의 대화로 20분 남짓 때우고 지나는 경우도 흔하다. 본론이 아니라 서론에 해당하는 ‘스몰토크(small talk)’만 연습하는 셈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업무와 관련된 영어다. 업무영어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가장 흔한 경우는 외국에 있는 동료나 상사에게 나의 업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지난 주의 업무 성과, 앞으로 할 일 또는 특정 프로젝트의 진행 현황을 설명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영어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어민 강사에게 “나는 업무 업데이트 연습을 하고 싶다. 내가 설명하면 당신은 직장 동료나 상사의 입장에서 듣고 질문을 해 달라. 물론 더 나은 표현이나 발음에 대해서도 조언해 달라”고 요청을 하자. 강사가 관련 분야에 경험이 있으면 최고다. 내 경험상 AI와 영어로 대화하며 회화 연습을 할 때도 이런 역할을 인식시키면 효과적이었다.

설명할 내용은 가급적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새로운 캠페인에 대해 설명한다면 목표, 예산, 핵심 메시지, 타임 라인, 광고 매체, 성과지표(KPI), 경쟁사 동향, 예상되는 어려움과 극복 방안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물론 회사의 기밀에 속하는 부분은 당연히 빼거나 내용을 바꿔 이야기하면 된다.

외국인들에게는 업무 업데이트뿐만 아니라 한국의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상황, 북한과 관련된 이슈, 정부의 새로운 제도 발표, 큰 사건사고 등을 궁금해한다. 한류에 대한 인기가 워낙 높기때문에 연예계 소식도 언급해 주면 좋다.

영어 대화가 끝나고 나면 온갖 후회가 몰려온다. 이런 순서로 말했어야 하는데 저런 표현을 사용하는게 더 정확했을텐데하고 만약 다음에 같은 내용으로 한 번 더 말할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훨씬 더 잘하게 된다. 이렇게 미리 연습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어 수업을 하려면 미리 할 말을 생각하고 정리해 둬야 한다. 번거롭겠지만 이런 노력 없이는 실력과 자신감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매번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면 두세 번에 한 번이라도 하자. 업무에 직접 사용하는 영어는 그 범위가 아주 넓지는 않기 때문에 서너 달만 지나면 간단한 업무 업데이트부터 가능해진다. 결국 우리말로 조리 있게 전문성 있게 통찰력을 가지고 잘 설명하는 사람이 영어로도 잘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문제인 경우가 많아서다.

대학생들 대상 멘토링할 때도 공인 영어 점수에 필요한 일반적인 공부뿐만 아니라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나 인턴 경험을 아주 구체적으로 해당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해 영어로 설명하는 훈련을 하도록 조언했다. 결국 회사에서 필요한 영어는 내가 맡은 일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분명하게 설명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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