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차기 대권 양강 구도 속 대비 행보…"밴스, 희생양될 위험"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지난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잘 되면 내가 공을 차지할 것이고 안 되면 JD를 탓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두고 미국에서 비난이 커지던 시점이었다. MOU 이후 이어질 이란과의 비핵화 협상이 잘 풀리지 않으면 협상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 책임이라는 '뼈 있는' 농담이었다.
밴스 부통령은 이틀 뒤인 18일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평소에 종종 그러듯 대통령이 농담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미국 내 보수진영에서마저 이란과의 MOU를 놓고 항복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이란과의 합의가 2028년 대권 가도에 외교적 치적이 돼주어도 모자란 판에 지금으로서는 치명적 타격이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미 CNN방송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MOU 홍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밴스 부통령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비우는 시기이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은 16일 출간한 회고록 홍보와 맞물려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기회로 판단했을 수 있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주 내내 방송 인터뷰를 잡고 18일에는 백악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MOU의 성과를 부각했다. 미 언론에서는 밴스 부통령이 이번 MOU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MOU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60일간 이어질 이란과의 비핵화 협상 역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 이란과의 전쟁에 회의적 입장이었다가 마음을 돌린 밴스 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처지다.
밴스 부통령의 우군인 커트 밀스는 CNN에 "협상이 망하면 밴스가 희생양이 될 위험이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렇게 인기가 없으면 밴스는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MOU로 촉발된 비난의 포화 한복판에 서 있는 밴스 부통령과 달리 또 하나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한껏 몸을 낮추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연 17일 기자회견에서도 루비오 장관은 무표정한 얼굴로 한 시간 내내 트럼프 뒤에 서 있기만 했다.
밴스 부통령이 맡고 있는 대이란 협상팀 대표도 통상적이라면 국무장관 몫이다. 상원의원 시절 외교위원회에 몸담으며 이란을 매우 잘 알고 있는 루비오 장관이 지금은 한 발 떨어져 있는 셈인데, 향후 대권가도의 여파를 고려한 의도적 행보일 가능성이 있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한 관료는 CNN에 "루비오가 이번 일로 아주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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