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의 대명사인 멸치볶음은 식탁에 자주 오르는 메뉴다. 매번 비슷한 간장이나 고추장 양념이 단조롭게 느껴질 때는 재료 하나만 바꿔도 맛의 결이 달라진다. 조리 과정을 크게 늘리지 않고 고소함과 식감을 살리는 방법을 정리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
땅콩버터로 더하는 진한 고소함
견과류를 따로 다지거나 볶지 않아도 멸치볶음에 진한 고소함을 더할 수 있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땅콩버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땅콩버터는 곱게 갈린 땅콩 고형분과 유지 성분이 섞인 재료라 볶은 멸치 표면에 얇게 달라붙는다. 이 과정에서 멸치에 고소한 맛이 입혀지고 식감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조리를 시작할 때는 불 조절이 중요하다. 땅콩버터는 수분이 적고 고형분이 많아 센 불에 오래 닿으면 쉽게 탄다. 팬을 약불에 올린 뒤 땅콩버터 1큰술을 넣고 주걱으로 천천히 저어준다. 덩어리진 땅콩버터가 부드럽게 풀리면 미리 수분을 날린 잔멸치 1컵을 넣는다.
멸치를 넣은 뒤에는 오래 볶기보다 짧게 버무리는 편이 좋다. 멸치 사이사이에 양념이 고르게 묻도록 약 1분간 볶는다. 땅콩버터를 넣으면 올리고당이나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은은한 단맛이 더해진다. 짭조름한 멸치 맛에 고소함이 겹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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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을 많이 두르지 않아도 된다. 땅콩에 들어 있는 유지 성분이 멸치를 감싸 조리 후에도 서로 단단하게 뭉치거나 지나치게 굳는 것을 줄여준다. 냉장고에 보관한 뒤 다시 꺼냈을 때 딱딱하게 엉기는 현상도 덜하다. 견과류의 딱딱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나 노약자가 먹기에도 비교적 편한 방식이다.
땅콩버터가 너무 되직하면 팬 위에서 억지로 누르지 말고 천천히 풀어야 한다. 멸치를 넣은 뒤 양념이 한곳에 몰리면 일부는 눌고 일부는 양념이 고르게 배지 않을 수 있다. 주걱으로 팬 바닥을 넓게 훑으며 섞으면 짧은 시간에도 양념이 고르게 묻는다.
볶은 콩가루로 담백하게 마무리
멸치 특유의 비린내를 줄이고 담백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볶은 콩가루가 잘 맞는다. 인절미 고물로도 쓰이는 볶은 콩가루는 구하기 쉽고, 멸치볶음에 넣었을 때 질척이지 않는 식감을 만든다. 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볶은 콩가루를 쓰는 편이 좋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불을 끈 뒤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기름을 두르지 않은 마른 팬에 멸치를 볶아 수분을 날린다. 멸치가 바삭해지면 불을 끄고, 팬에 남은 잔열을 이용해 볶은 콩가루 1큰술을 골고루 뿌린다. 불을 끈 직후에는 팬이 아직 따뜻하므로 가루가 멸치에 붙을 정도의 열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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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켠 상태에서 콩가루를 넣으면 가루가 팬 바닥의 기름을 빨아들이며 뭉치기 쉽다. 팬에 붙어 까맣게 타는 경우도 생긴다. 불을 끈 뒤 빠르게 버무리면 콩가루가 멸치 표면에 남은 유분과 수분을 흡수해 얇은 막처럼 붙는다. 이 과정에서 멸치볶음은 고슬고슬하게 마무리된다.
콩가루는 멸치의 비린 향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고, 양념의 끈적임이 없어 도시락 반찬으로 쓰기에도 좋다. 다만 콩가루가 수분을 많이 흡수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멸치를 지나치게 바싹 볶지 않는 편이 낫다. 그래야 마른 느낌이 덜하고 먹기 편한 식감이 유지된다.
멸치가 겹쳐 있으면 가루가 고르게 붙지 않으므로 팬 안에서 한 번 넓게 펼친 뒤 버무리는 편이 좋다. 콩가루를 넣은 뒤에는 오래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 가루가 표면에 묻고 팬 바닥에 남는 양이 줄어들면 바로 마무리한다.
마늘과 버터로 바꾸는 익숙한 맛
조금 다른 맛을 내고 싶다면 마늘과 버터를 함께 쓰는 방법이 있다. 멸치볶음에 갈릭버터 풍미를 더하면 짭조름한 맛에 부드러운 고소함이 붙는다. 마늘의 강한 향도 버터와 만나면 한결 둥글어진다. 평소 멸치볶음의 비린 향이 부담스러웠다면 마늘 향을 활용해 맛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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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마른 팬에 잔멸치를 넣는다. 중약불에서 1분에서 2분 정도 볶아 수분을 날린 뒤 접시에 잠시 덜어둔다. 팬에 남은 잔가루를 가볍게 닦고 약불로 낮춘 다음 버터 1큰술과 다진 마늘 1큰술을 넣는다. 이때 불이 세면 버터와 마늘이 타기 쉬우므로 약한 불을 유지한다.
버터가 녹으면서 마늘의 수분이 빠지고 노릇한 색이 돌 때까지 볶는다. 마늘 향이 충분히 올라오면 덜어둔 멸치를 다시 넣고 버터 소스가 겉면에 묻도록 가볍게 섞는다. 이미 멸치는 한 번 볶아 수분을 날린 상태이기 때문에 다시 오래 가열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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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을 더할 때는 설탕을 넣는 시점에 신경 써야 한다. 멸치와 마늘버터 소스를 섞은 뒤에는 바로 불을 끈다. 불이 켜진 상태에서 설탕을 넣고 계속 가열하면 설탕이 빠르게 졸아들어 식은 뒤 딱딱한 식감이 될 수 있다. 불을 끈 뒤 잔열이 남아 있을 때 설탕 0.5큰술을 넣고 재빨리 섞으면 설탕이 서서히 녹으며 멸치 표면에 얇게 붙는다.
이 방식은 설탕을 녹이되 과하게 굳히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잔열만으로 버무리면 멸치 표면에 가벼운 코팅이 생기고, 씹을 때 바삭한 느낌이 살아난다. 버터의 고소함, 마늘의 감칠맛, 설탕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익숙하면서도 다른 맛이 난다.
들기름과 참깨는 약한 불에서
들기름과 참깨는 가장 익숙한 조합이지만 불 조절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들기름은 고온에서 오래 가열하면 쓴맛이 올라올 수 있다. 멸치볶음에 들기름을 쓸 때는 센 불보다 낮은 온도가 알맞다. 향을 살리려면 멸치의 수분을 먼저 날린 뒤 들기름을 더하는 순서가 좋다.
먼저 마른 팬에 멸치를 볶아 수분을 날린다. 그다음 팬의 온도를 낮추거나 약불로 줄인다. 들기름 2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 0.5작은술을 넣어 향을 낸다. 마늘 향이 올라오면 볶아둔 멸치를 넣고 기름이 겉돌지 않게 가볍게 섞는다.
간을 더하고 싶다면 진간장 0.5작은술을 팬의 빈 곳에 떨어뜨려 살짝 끓인 뒤 멸치와 섞는다. 간장을 바로 멸치 위에 붓는 것보다 팬에서 한 번 향을 올린 뒤 섞으면 맛이 더 자연스럽게 붙는다. 다만 멸치 자체가 짠 경우에는 간장을 넣지 않아도 된다.
마무리에는 통깨를 그대로 뿌리는 것보다 손끝으로 가볍게 으깨 넣는 편이 좋다. 참깨는 겉껍질이 단단해 그대로 먹으면 안쪽의 고소한 향이 충분히 퍼지지 않는다. 살짝 으깨면 향이 살아나고 들기름과도 잘 어울린다. 불을 끈 뒤 으깬 참깨를 넣고 섞으면 들기름의 묵직한 고소함에 참깨의 향이 더해진다.
들기름을 두른 뒤에는 팬을 오래 가열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지막에 남은 열로만 섞어도 향은 충분히 배어든다. 멸치가 이미 한 번 볶아진 상태라면 마무리 단계에서는 양념이 겉면에 묻을 정도로만 가볍게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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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로 줄이는 전처리 시간
멸치볶음에서 중요한 과정은 멸치가 머금은 수분과 비린내를 줄이는 일이다. 보통 마른 팬에 오래 볶아 수분을 날리지만, 불 앞에서 계속 볶는 과정이 번거롭다면 전자레인지를 활용할 수 있다. 조리 전 수분을 먼저 줄이면 이후 팬에서 양념을 입히는 시간이 짧아진다.
넓고 평평한 전자레인지용 내열 접시에 잔멸치를 서로 겹치지 않게 얇게 펼친다.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므로 랩이나 뚜껑은 덮지 않는다. 마른 건어물은 전자레인지 안에서 미세한 불꽃을 일으킬 수 있어 화재 예방을 위해 바닥에 키친타월 등의 종이류를 깔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이 상태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30초씩 나누어 가열하며 상태를 확인한다.
전자레인지가 작동하는 동안 멸치 안의 수분이 빠르게 날아간다. 이때 비린내를 내는 휘발성 성분도 함께 줄어든다. 작동이 끝난 뒤 멸치를 꺼내 넓은 쟁반이나 채반에 잠시 두면 남은 열과 수분이 빠져 만졌을 때 까슬하고 바삭한 느낌이 난다. 이 과정을 거친 멸치는 팬에서 오래 볶지 않아도 식감이 잡힌다.
이렇게 전처리한 멸치는 팬에 기름과 양념을 넣고 30초 안팎으로 짧게 버무려도 충분하다. 오래 볶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멸치가 타거나 지나치게 딱딱해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땅콩버터나 들기름처럼 열에 민감한 재료를 쓸 때 전자레인지 전처리는 조리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멸치를 한 번에 많이 담으면 수분이 고르게 빠지지 않는다.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뒤 바로 양념에 넣기보다 잠시 두어 남은 열과 수분을 날리면 팬에서 버무릴 때 더 깔끔하게 섞인다.
멸치 고르는 법과 보관 요령
멸치볶음은 양념만큼 원재료의 상태가 중요하다. 멸치는 잡힌 시기와 자숙 과정에 따라 짠맛의 차이가 크다. 구입한 멸치가 이미 많이 짜다면 조리 과정에서 간장이나 소금을 더하지 않는 편이 좋다. 간이 강할 때는 양념을 늘리기보다 콩가루나 땅콩버터처럼 고소한 재료를 더해 짠맛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초간단 조리에는 크기가 작은 멸치가 잘 맞는다. 큰 멸치는 머리와 내장에서 쓴맛이 날 수 있어 손질이 필요하다. 반면 잔멸치는 별도 손질 없이 통째로 쓰기 쉽고 양념도 빠르게 묻는다. 짧은 시간에 볶아도 재료가 고르게 섞이기 때문에 바쁜 식사 준비에도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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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도 맛에 영향을 준다. 멸치는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산패가 진행될 수 있다. 산패가 진행된 멸치는 누런빛을 띠고 냄새가 강해져 반찬 맛을 떨어뜨린다. 대용량으로 구입한 멸치는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담아 공기를 최대한 빼고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사용할 때는 필요한 양만 덜어내고 나머지는 다시 밀봉해 보관한다.
완성한 멸치볶음도 실온에 오래 두지 않는 편이 낫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먹을 만큼만 덜어내면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비교적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반찬통에 담을 때는 조리 직후 바로 뚜껑을 닫기보다 한 김 식힌 뒤 보관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상태에서 밀폐하면 내부에 습기가 차 식감이 눅눅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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