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청소년 SNS 이용 규제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번지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동·청소년을 유해 콘텐츠와 중독적 이용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연령 제한과 플랫폼 책임 강화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규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쟁도 함께 커지고 있다.
19일 취재를 종합하면 22대 국회에서 청소년 SNS 이용 제한과 관련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24년 7월 윤건영 의원안을 시작으로 올해 3월 이연희·황운하 의원안까지 여러 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초기 법안들이 14세 또는 16세 미만의 SNS 가입 제한, 보호자 동의, 이용시간 제한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미성년자 계정의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과 이용유도 기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 입법 동향과도 맞닿아 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주요 SNS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했고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도 청소년의 SNS 이용 연령 제한과 무한 스크롤, 야간 이용, 맞춤형 추천 기능 규제 방안을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 청소년 SNS 규제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청소년의 온라인 이용을 더 이상 개인의 자기조절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 알고리즘 추천, 숏폼 영상, 무한 스크롤, 맞춤형 광고 등 플랫폼 설계 요소가 과도한 이용을 유도하고 유해 콘텐츠 노출, 수면 부족, 자기 이미지 왜곡,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가 의뢰한 연구에서도 10~15세 아동 대부분이 SNS를 이용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여성 혐오·폭력 콘텐츠, 섭식장애·자살 조장 콘텐츠 등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는 충동 조절과 위험 판단, 장기적 결과 예측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인 만큼 반복적 자극과 즉각적 보상을 제공하는 SNS 환경에 성인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다만 SNS 규제가 실제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제도를 시행한 호주에서도 법 시행 전 이미 계정을 보유하고 있던 청소년들이 여전히 SNS를 이용하거나 허위 연령 입력·보호자 계정 사용·우회 접속 등을 통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령 제한 중심의 규제만으로는 청소년 SNS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박형빈 교수는 본보에 “연령 기준으로 SNS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은 정책 목표가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허위 연령 입력, 보호자 계정 사용, 우회 접속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률적 규제가 청소년을 더 취약한 온라인 공간으로 밀어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교수는 “SNS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일부 청소년에게는 또래 관계, 정보 접근, 정서적 지지, 상담·지원 서비스와 연결되는 통로이기도 하다”며 “일률적 금지는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을 오히려 고립시키거나 비공식 계정, 보호자 계정, 규제가 약한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기구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4월 관련 보고서를 통해 SNS 연령 제한이 아이들을 규제가 덜 되고 더 안전하지 않은 온라인 공간으로 몰아갈 수 있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구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디언 등 외신은 호주에서 청소년 SNS 이용 금지 조치 시행을 앞두고 일부 청소년들이 규제 대상이 아닌 소규모 앱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박 교수는 금지 중심 접근이 미디어 리터러시와 디지털 시민성 교육의 기회를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정한 연령 제한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핵심은 청소년을 온라인 공간에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유해하게 설계·운영되지 않도록 책임을 부과하는 데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 청소년 SNS 규제는 ‘이용 금지’에만 치중해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연령 제한이나 이용시간 제한이 일정한 보호 효과를 낼 수 있더라도 알고리즘 추천과 무한 스크롤, 알림, 맞춤형 광고 등 플랫폼 설계 자체에 대한 책임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행한 ‘온라인 상의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도 이 같은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보고서는 무한 스크롤,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 추천, 가변적 보상 체계처럼 서비스 설계 자체가 아동의 중독적 사용을 유도하고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이를 통제하거나 사전에 개입할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국제적 추세에 맞는 예방적 규제를 위해 플랫폼의 시스템적 위험 관리 의무와 설계 책임을 명시하는 법률 제정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원은 “불법 콘텐츠 차단은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아니며 유해 환경으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이자 중대한 공익에 해당한다”면서 “목적의 정당성, 최소 침해성, 명확성의 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아동의 안전할 권리와 디지털 이용 권리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합헌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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